[국가부채 공방]자민련 "108조원 맞다" 민주 편들어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국가부채와 국부(國富)유출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민련이 21일 민주당 입장을 지지하고 나서 논쟁이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자민련은 이날 한나라당의 국부유출 주장에 대해 “국제 경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주장”이라고 공식적으로 비판. 그동안 ‘민주당 편’으로 비칠까봐 입장표명을 자제해 왔던 자민련의 태도 변화는 경제문제에 관한 한 한나라당과 차별화하겠다는 생각 때문.

허노중(許魯仲)제2정책연구실장은 “헐값매각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기업을 천천히 매각했으면 기업부실규모가 더욱 커질 뿐만 아니라 국민의 부담이 가중돼 국제신인도 추락으로 연결됐을 것”이라고 주장. 그는 또 “국가부채를 확정부채로 보는 국제기준에 의하면 국가부채가 108조원이라는 정부측의 설명이 맞다”고 부연설명.

○…여권은 국부유출 논쟁 자체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야당측의 자제를 촉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한국에 폐쇄주의적 국수주의적 사조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인식을 외국인들이 하게 되면 우리는 세계로부터 버림받고 희망이 없다”면서 “외국자본의 유입을 막자는 것은 마치 구한말 쇄국정책을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

민주당도 “한나라당 부산지역 의원들이 삼성자동차의 조기매각을 정부와 채권단에 촉구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당론이 외자유치인지 국부유출인지를 분명히 하라고 역공.

○…한나라당은 전날 김대통령이 한나라당의 국부유출론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외국인의 국내투자 자체를 국부유출이라고 주장한 게 아니라 국내 기업의 외국 매각시 자산이 후려치기 당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

이한구(李漢久)선대위정책위원장은 “우리 기업의 외국 매각 시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에만 특별한 정보와 참여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외국기업에 역차별당하는 국내기업이 많았다”고 힐난. 그는 또 “한나라당이 국가채무를 부풀렸기 때문이 아니라 여당이 이를 왜곡 선전하기 때문에 국제신인도가 떨어진다”고 주장.

<양기대·공종식기자>k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