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관훈토론회]"DJ정권 국정운영 법과 원칙 상실"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18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시종일관 공격의 초점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맞추는 한편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들은 살짝살짝 비켜나갔다.

이총재는 사소한 공격성 질문에도 얼굴이 벌겋게 상기됐던 97년 대선후보 토론회 때와는 달리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거나 “질문자가 제 입장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받아넘기는 등 시종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 빈부격차 오히려 켜져 ▼

이총재는 야당 총재로서 험난했던 지난 2년을 회고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총재는 “총풍과 세풍, 의원빼가기로 벼랑 끝까지 압박을 당했고 오로지 생존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김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분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지만 정치 경제 등 각론에 있어서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전의 신용도를 완전히 회복했다는 것은 제 견해와 다르다”거나 “빈부격차가 오히려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평가에 인색했다.

그는 ‘DJ저격수’로 통하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이신범(李信範)의원의 ‘폭로주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리를 동원하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가장 높은 공인인 만큼 모든 면에서 도덕성의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어느 정도 근거를 가지고 의정단상에서 말하는 것을 모조리 폭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現정권 안정 기대못해 ▼

―4년 전 총선에서는 여소야대가 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소신이 바뀐 것인가.

“제가 말하는 안정론은 의석이 많아야 안정이 된다는 게 아니다. 국정이 법과 원칙에 의해 운영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는 의미다. 96년에는 당시 야당이 다수의석을 얻을 경우 법과 원칙의 지배가 어렵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이 정권이 2년 간 해온 것을 보니 나라를 온전히 안정시킬 수가 없다는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영남지역 장외집회 등을 통해 지역주의를 더 부추겼다는 지적이 있는데….

“당시 매우 급박하고 핍박받는 상황이었다.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어느 정당이든 가장 호응받는 지역을 선택한다. 우리는 부산과 마산에서만 집회를 한 게 아니라 인천과 수원에서도 했다. 지역감정을 조장했다고 하면 억울하다.”

▼ 정의원 구인시도 불법 ▼

―법관이 영장을 발부했음에도 정형근의원의 출두를 제지했는데….

“정의원에 대한 구인시도는 명백한 불법이다. 날이 밝자 검찰이 영장을 받아왔다. 영장이라는 적법한 모양새를 이용해 자기들 편리한 대로 하자는 것이다.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느닷없이 구속하겠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법이란 포장을 뒤집어쓴 불법이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이 많이 걷혔는데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써야 하나, 소외계층을 돕는 데 써야 하나.

“재정적자 축소에 써야 한다. 대통령 자신도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지금 와서 말을 바꾸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선심을 쓰겠다는 것이다. 국가지도자가 먼 안목을 무시한다면 재앙이 올 것이다.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여당이 패하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삼상증권 보고서를 음모론이라고 할 수 있나.

“야당이 이기면 경제를 망친다는 것은 누구를 좋게 하는 것인가. 보고서 내용도 맞지 않다. 보고서에서는 외국자본 이탈을 우려했는데 외국인은 여야 의석 수를 따지는 게 아니라 법과 원칙에 의한 시장경제가 되고 있는지를 본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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