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선거법협상내내 소극적…기득권 지키기 급급

  • 입력 2000년 1월 17일 00시 17분


이번 선거법 협상에서 한나라당이 보인 태도는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주창한 ‘뉴 밀레니엄 새 정치’와 ‘제2의 창당’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었다. 우선 한나라당은 정치개혁의 화두로 등장한 의원정수 및 지역구 축소에 대해 협상 초반부터 가장 소극적이었다. 1인2표제를 수용한 것 외에는 협상 내내 3당 중 가장 현상유지적인 자세를 보여 “아직까지 구 여권의 뿌리가 깊게 박혀 있다”는 지적이 무성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14일 1인2표제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협상기간 내내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과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 등의 협상팀이 협상과정을 세세하게 이총재에게 보고했음에도 이총재와 측근들은 협상팀이 마련한 1인2표식 전국 비례대표제 타협안을 거부했다. ‘연합공천의 길을 열어주고 군소정당을 양산해 총선 이후 정계개편을 불러온다’는 논리였으나 협상팀은 하루 전에 이미 1인2표 방식의 절충안을 이총재에게 보고한 뒤였다.

이런 한나라당이 15일 돌연 1인2표식 전국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인 것은 더욱 의외였다. 이총재측의 ‘1인2표제 고수’ 방침이 15일 도농통합 4개 지역구를 살리면서 수면하로 잠수한 것. 이총재의 한 측근은 “협상을 하려면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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