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파문/여야 공방]野의원 본회의장 농성 돌입

  • 입력 1999년 10월 28일 20시 12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폭로한 ‘언론대책문건’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으로 28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무산되는 등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청와대 언급 자제▼

○…청와대는 이날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관계자 대부분은 주요 의문점인 문서전달이 중앙일보의 간부라인을 통해 이뤄졌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

한 관계자는 “다만 정의원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꼼짝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타이밍 결정과 추가확인이 필요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

▼與 "國基 뒤흔들어"▼

○…국민회의는 이날 총재단 및 상임위원장 연석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언론대책문건’ 폭로와 관련해 정의원과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 의총에서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정의원의 괴문서에 관한 주장은 작성자도 청와대 보고도 모두 거짓말”이라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민주투쟁 운운한 모양인데 우리 앞에 과연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 정말 웃기는 얘기”라고 힐난.

이윤수(李允洙)의원은 “맑은 물을 더럽히는 미꾸라지 같은 존재는 정치판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했고 정희경(鄭喜卿)의원은 “거짓말에 신경쓰지 말고 민생법안에 관심을 쓰자”고 주장.

의원들은 특히 결의문을 통해 “정의원의 허위주장만 믿고 ‘국기를 뒤흔든 사건’‘정권퇴진’ 등의 극언을 한 이회창총재는 국민앞에 사과하라”고 요구.

한편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정의원에게 7개항의 공개질의서를 내고 “정의원은 처음부터 문건 작성자를 알고 있었다” “대통령께 보고됐다는 증거는 무엇인가” “두번째 문건의 수신 발신인을 감춘 이유와 세번째 문건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을 추궁.

또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이회창총재와 정의원에게 각각 공개질의서를 내고 “정의원의 이번 폭로는 ‘김대중죽이기’를 위한 정치공작의 일환”이라고 주장.

▼野 본회의장 농성▼

○…‘언론대책문건’폭로를 통해 대여 총공세를 선포한 한나라당은 이날 하루종일 비장한 분위기. 이회창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소속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등 200여명을 배석시킨 가운데 긴급 내외신 기자회견을 자청, 국정조사권 발동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사과 및 관련자 문책 등을 요구.

이총재는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면적 대여투쟁에 나설 것이라면서 “여기에서 비롯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김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져야 한다”고 주장. 이총재 회견 직후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소속 원내외 위원장과 중앙당직자 등에게 상시출동할 수 있도록 국회나 당사 주변에서 ‘비상대기’할 것을 지시.

이총재는 이어 국회 총재실로 자리를 옮겨 총재단 및 고문단 연석회의를 주재. 이 자리에서는 장외집회 등 강경론도 있었으나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 국회공간을 활용한 투쟁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 이날 오후2시40분경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한 한나라당은 여당 단독의 대정부질문 진행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농성에 돌입.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이사철(李思哲)대변인 명의의 공개질의서에서 이번 문건의 배후로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를 지목, “김대통령이 이부총재를 통해 보고받았으며 시나리오대로 현실화됐다”고 주장.

〈윤승모·정연욱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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