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당직개편/야당 반응]총선겨냥한 東進카드

  • 입력 1999년 7월 12일 19시 25분


“표피는 영남권 우대, 내용은 DJ 친정체제 강화.”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12일 단행된 국민회의 당직개편 내용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했다.

우선 대구출신인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 임명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다시 ‘동진(東進)카드’를 꺼내려는 신호라는 것. 현 여권에 뿌리가 깊지 않은 이대행을 ‘여당의 얼굴’로 등장시킨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노림수’라는 얘기다. 안대변인이 이대행 임명을 ‘장고 끝의 악수’로 깎아내린 것도 이같은 시각에서 비롯된 것.

이와 함께 안대변인은 “이대행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관계로 볼 때 8월로 예정돼 있는 여권 내의 내각제 논의가 원만하게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여―여(與―與)갈등을 기정사실화하려 애썼다.

하지만 또한가지 시각은 이대행의 경우 아무래도 ‘관리형 대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이대행 임명보다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 등 ‘동교동 실세’들의 전진배치에 내심 더 신경을 쓴다. 이를 통한 ‘DJ 친정체제 강화’는 필연적으로 대야 강공으로 연결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는 이날 “김대통령이 다시 개혁 드라이브를 가동할 가능성이 많다”며 “‘옷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기피하고 대통령의 아들이 후원회를 열어 거액을 공공연히 모아들이는 등 이율배반적인 작태를 벌이면서 어떻게 개혁을 내세울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난의 뒤편에는 개혁은 사정(司正)으로, 사정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걱정이 깔려 있는 듯하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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