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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21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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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특히 공동여당의 커튼 뒤에서 ‘정치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논의돼온 선거구제 협상이 난마(亂麻)처럼 얽혀 돌아가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고수하고 있고 자민련이 20일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키로 당론을 모아 선거구제 협상이 소선거구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 하지만 21일 열린 자민련 의원총회에서 중대선거구제론자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당장 걸림돌이 나타났다.
선거구제가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운명’과 직결된 사안임을 감안하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현행 소선거구제 하의 몇개 선거구가 하나로 묶인다. 이 때문에 그동안 3김정치와 지역감정에 편승해 당선을 누려온 영호남과 충청권 의원들은 이 제도를 싫어한다.
반면 국민회의의 영입파, 특히 ‘반(反)DJ정서’가 강한 것으로 분류되는 영남 등지의 의원들과 역시 비슷한 처지의 자민련 TK(대구 경북)지역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한다.
하지만 이같은 의원들의 이해관계만 복잡하게 얽힌 게 아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국민회의는 내년 총선을 통해 영남권에 교두보를 마련해 ‘전국정당화’를 이루는 이른바 ‘동진(東進)전략’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따라서 권역별 정당득표율을 따로 계산해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명부제를 핵심협상과제로 던져놓았다. 또 선거구제협상을 자민련과의 내각제 담판카드로 사용할 뜻도 가진 듯하다. 김대통령이 18일 연합공천 얘기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구제 협상이 복합선거구제 검토단계까지 갔던 것도 이처럼 의원들의 이해관계와 공동여당 양 진영의 정국구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복합선거구제는 농촌지역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함으로써 호남과 충청권 의원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주고 대도시는 한 선거구에서 3,4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해 특히 양당 내 영남 대도시출신들을 살리자는 철저히 ‘게리맨더링식 발상’이다.
무엇보다 공동여당의 정치개혁방향이 개혁의 명분을 상실한 채 공동여당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략(政略)으로만 흐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