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與 합당론/JP 시각]『쫓기는건 저쪽이니…』

  • 입력 1999년 1월 22일 19시 54분


국민회의―자민련 합당론에 관해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세차례 눈에 띄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8일 자민련의원 신년인사회에서 일부 언론의 합당론 보도에 대해 ‘고소감’이라며 흥분했다.

1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독대(獨對) 직후에도 일부 언론이 양당 합당추진 기사를 보도하자 노발대발하며 관련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김총리는 자민련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을 총리공관으로 불러 “독대에서는 내각제의 ‘내’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토록 지시했다.

당시 그는 내각제 문제보다 합당추진 기사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총리실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총리는 “(DJP가) 밀약을 한 것 아니냐”는 자민련 내의 술렁이는 분위기를 전해듣고 자민련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화에 나섰다.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특강을 마친 뒤에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마음대로 쓰더구먼…”이라며 불쾌하다는 듯 일축해 버렸다.

이같이 여권 내의 합당론에 관해 김총리는 계기가 있을 때마다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의 측근들도 “내각제를 연기하고 합당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충청권이 무사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합당’이란 용어조차 싫어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내각제도 하고 합당도 한다면 몰라도…”라며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결국 김총리는 김대통령이 올해 정치개혁에 힘을 쏟으려면 먼저 내각제 문제부터 매끄럽게 풀어야 한다는 데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나 국민회의 일각에서 은근히 합당론을 흘려야 할 만큼 쫓기고 있으므로 참호 속에서 때를 기다리며 진지전을 편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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