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내각제 싸고 TK-충청의원들 「집안 갈등」

  • 입력 1998년 12월 14일 19시 16분


자민련 안의 내각제 개헌 시한에 대한 시각차가 충청권과 대구 경북(TK)권 의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발단은 “내각제 개헌 협상이 잘 안되면 개헌을 16대 총선후에 해야 한다”는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의 최근 발언이었다.

박의장은 “아직 정권이 출범한지 1년도 안됐다”면서 내각제 조기 공론화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의장의 발언은 그동안 경제회생을 강조하며 내각제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박태준(朴泰俊)총재의 평소 언행과 맞물려 당내 TK 의원들의 공식 입장으로 비쳐졌다.

박철언(朴哲彦)부총재도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선(先)경제회복, 후(後)내각제개헌’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자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직계를 자처하는 충청권 의원들이 발끈했다. TK 박씨 3명의 말은 곧 99년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완료키로 한 작년 대통령후보 단일화 합의를 깨도 된다는 것이어서 사실상의 해당 행위라는 주장이었다.

이인구(李麟求)부총재와 조영재(趙永載)이재선(李在善)의원 등은 14일 의원총회에서 “당의 최고고문인 박의장이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박의장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면서 이에대한 진상규명 등 공식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도부에 요구했다.

마침 박총재 등 대다수 TK의원들이 경북 경주갑과 울산남 지구당개편대회에 참석키 위해 의총에 불참한 상태여서 반박 발언은 없었다.

15일 중앙위원회 연수회에서도 같은 논란이 벌어질 움직임이다.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는 이날 특강을 통해 내각제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내년초 내각제 공론화에 착수할 뜻을 밝힐 예정이어서 이같은 갈등 기류가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면서 국민회의는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공식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박의장 등의 말씀에 일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자민련의 내홍(內訌)을 은근히 즐겼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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