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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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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폐회가 17일,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여야는 당리당략에 따른 다툼만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경제청문회 개최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5백50여건에 이르는 법안 등 각종 안건이 막판에 ‘벼락치기’로 졸속처리될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은 경제청문회 개최를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단독처리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으며 한나라당은 이를 실력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기에다 겉으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결국 예산안을 경제청문회 및 주요 법안처리와 연결시키는 ‘연계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강행처리―실력저지’‘예산안 연계’ 등 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각 분야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정치권만 외면한다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여야총재가 합의한 경제청문회 개최가 파행으로 막을 내릴 경우 정권교체 이후 진일보한 여야관계의 정립을 바라는 국민의 희망을 저버렸다는 평가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렇듯 여야가 비생산적인 국회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이유는 ‘당리당략’과 ‘힘겨루기’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 여야의 주장에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의명분과 타협보다는 실리에 치중한 결과다.
우선 경제청문회와 관련, 여야는 조사위원회 구성단계에서부터 ‘의석비’냐, ‘여야동수’냐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또 증인문제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부자를 비롯한 핵심증인의 선정에 대한 여야의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1일까지 처리해야 하는 국정조사요구서의 의결이 늦어져 경제청문회가 8일부터 실시될지 극히 불투명하다.
여권이 단독청문회를 불사하겠다고 연일 으름장을 놓는 것은 사안의 합리적인 해결보다는 압박에 의해 야당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힘의 논리’에서 비롯됐다.
반면 한나라당이 김전대통령의 증인 채택에 반대하는 것은 외환위기의 원인규명이라는 경제청문회의 당초 목표와는 동떨어진 ‘책임회피’라는 속셈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도 마찬가지다.
최대걸림돌인 ‘제2건국위’관련예산은 예산규모의 계산단계에서부터 여야의 주장이 다르다. 여권은 액면 그대로 2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새마을운동지원비 등 1백50억원, 공공행정서비스지원비 6백억원과 안기부예비비도 제2건국위예산에 포함시키고 있다.
야당의 주장대로 제2건국위예산이 문제가 된다면 먼저 예산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하는 것이 순서다. 여권도 제2건국위가 ‘전국정당화’ 등의 오해를 받고 있다면 일부라도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아쉽다는 게 중론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