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비서실장 강연의미]DJ 정치개혁의지 담았다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05분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의 26일 ‘ROTC서울클럽’초청강연회는 현정권의 향후 국정운영기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실장은 이날 간간이 사견(私見)임을 강조하기도 했고 실제로 개인적인 희망사항을 피력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실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다 최근 김대통령 개혁구상의 ‘전령’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강연내용은 국정방향을 가늠할 척도라고도 볼 수 있다.

강연은 크게 정치권사정과 정치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 김실장의 발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치인사정은 정치적 야합 등으로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체포동의안이 여야협의를 통해 곧 처리될 것으로 믿는다”고 한 대목. 김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간의 여야총재회담을 거론하며 이자리에서 이총재가 정치인사정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형평성 공정성을 강조한 점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최대쟁점인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 서상목(徐相穆)의원의 구속을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정당구조 선거제도 국회운영 등이 주내용. 우선 정당구조는 중앙당과 지구당의 이원구조인 현체제가 ‘고비용 저효율’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제도개선은 김대통령이 지역대결구도타파와 고비용구조청산을 위해 집착하고 있는 정당명부제의 도입이 핵심. 김실장은 한나라당과 자민련에 이의 수용을 촉구했다.

국회운영에 관해서는 크로스보팅 등 국회운영의 민주화와 활성화를 강조했다.

김실장의 이날 발언이 모두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 정당명부제의 예처럼 각당간의 입장차이가 뚜렷하고 여권 내에서조차 험난한 조율과정을 거쳐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에 없이 단호한 김실장의 어조에서는 김대통령의 강력한 정치개혁의지가 엿보였다.

더욱이 내년초에는 경제구조조정을 일단락짓고 정치분야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개혁의 성패를 걸겠다는 김대통령의 뜻과 맞물려 정치개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