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추석 民心 잡아라』 氣싸움 치열

  • 입력 1998년 9월 27일 19시 17분


여야 대치가 추석연휴를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족대이동이라 불리는 귀향으로 도농(都農)간 민심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추석 연휴에 여론의 지지를 타야 경색정국 돌파를 위한 힘겨루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권은 비리 척결을 위한 사정(司正)과 정기국회 정상화의 시급성을 내세워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장외집회를 앞세운 대여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또 이런 과정을 거치며 여야 대결은 지역감정 공방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하야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주말 대구에서 여권 규탄대회를 연데 이어 29일 서울역 광장에서 또다시 장외집회를 열 계획.

대구집회에서는 ‘표적사정’과 ‘야당파괴’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높았다. 서훈(徐勳)의원은 김대통령이 위천공단과 농어촌부채 탕감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김대통령은 소가 들어도 웃을 얘기를 그만하고 물러나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한나라당이 장외집회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대통령의 하야까지 촉구한 것은 경제를 망치는 망국적인 작태라고 강력 비난했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는 과거 야당지도자들이 차마 하지 못했던 지역감정 선동이란 터부를 깬 기록을 갖게 됐다”며 “이총재는 가까스로 환란을 탈출한 경제를 어렵게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화갑(韓和甲)총무도 “쿠데타를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물러나라고 한 적이 없다”며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정치파트너로서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세청 불법모금사건은 세금질서 확립차원에서 발본색원해야 하며 정치인 사정도 중단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여야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권은 당분간 야당과의 대화를 중단한 채 28일부터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를 열어 법안심사를 계속하며 한나라당의 국회등원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장외투쟁으로 정국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표적사정에 맞서기 위해서는 생존권 차원에서 장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29일 서울 규탄대회가 여야 힘겨루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청중동원에 총력을 경주키로 했다.

휴일인 27일에도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 주재로 긴급 실국장회의를 열어 서울 집회의 준비상황을 점검해 보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여권이 표적사정 중단약속을 해야 국회정상화에 응할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은 “대구 규탄집회를 통해 현 정권의 실정과 비열한 야당파괴 행위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직전에 와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김대통령과 여당은 민심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국민의 분노를 두려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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