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正정국]여야 『어디 해보자』 벼랑끝 치달아

  • 입력 1998년 9월 10일 19시 29분


정치권사정을 둘러싼 여야대립이 대선자금공방으로 비화되면서 ‘정면충돌’의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막을 올린 10일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에 대한 강도높은 설전을 벌였다.

이총재는 현정권을 ‘독재정권’으로 몰아붙이면서 배수진을 쳤고 김대통령은 이를 일축하며 부정부패척결을 거듭 강조했다. 여야의 최고책임자가 전면에 직접 나서서 ‘일전불사’를 천명했다는 사실은 향후 정국의 풍향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형국만큼이나 사정정국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은 판이하다.

여권은 김대통령의 말대로 ‘사정은 사정이고 국회는 국회’라는 입장이다.

또 국세청모금사건과 다른 대선자금은 별개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즉, 국세청모금사건은 조세권을 유린한 범죄행위로 대선자금이나 개인비리와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상규명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권의 사정에 ‘야당파괴’의 저의가 깔려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검찰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수사에서 관련계좌를 밝혀내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형평성을 내세워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도 조사해야 한다는 역공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총재의 초강경자세는 더 이상 밀릴 경우 체제정비도 못한 채 치명상을 입는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이런 공세는 여권의 회피노력에도 불구하고 현 국면을 대선자금에 대한 공방전으로 변질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별검사제’와 ‘국정조사권’이라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됐다. 하지만 여야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같은 여야의 감정대립은 정기국회공전과 정국혼돈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여권이 한나라당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정국은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관계복원을 위한 여야간 물밑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현 추세대로라면 당분간 극한대결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국정상화의 분기점은 일단 사정이 일단락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권이 조기에 사정을 매듭지으려 한다 해도 소환불응 등의 요인이 겹쳐 사정정국의 해소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히 정기국회 정상화의 가닥도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는 이달 하순에 가서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관측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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