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正日시대의 공식 개막

  • 입력 1998년 9월 6일 18시 52분


북한은 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일(金正日)노동당총비서를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하는 등 권력승계 작업을 공식 완료했다. 김정일이 93년 4월부터 맡아 온 국방위원장직은 이번에 ‘정치 군사 경제역량의 총체를 통솔지휘하는 국가최고직책’으로 권한이 격상됐다. 실질적인 국가수반이다. 김정일이 추대될 것으로 알려졌던 국가주석직은 폐지됐다. 총리를 비롯한 주요직책의 물갈이와 공석인사도 대폭 단행됐다. 헌법개정으로 최고인민회의는 상임위원회가 신설되고 4년여만에 정상기능을 회복했다. 김일성(金日成)사망 이후의 유훈통치시대가 끝나고 명실상부한 김정일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새로운 체제정비가 남북한 관계나 한반도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 긍정적인 측면도 보인다. 북한의 권력구조가 상대적으로 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반도주변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대외관계가 보다 일관성을 유지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당장 북한의 대내외정책에 큰 변화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김정일을 정점으로 하는 최고권력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북한은 ‘강성대국’을 새로운 구호로 내 걸며 군사중시주의 정책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식 권력승계를 앞둔 시점에서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를 발사한 것도 그같은 군사중시정책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탈냉전시대다. 소모적인 군비경쟁이나 모험적 대결주의에 따른 긴장고조는 남북한 어느쪽에도 이로울 것이 없다. 오늘날 지구촌은 서로 국경을 열고 앞다투어 협력시대를 펼쳐가고 있다. ‘새로운 북한’이 선택해야 할 길도 개방 개혁뿐이다. 조금이라도 덜 낙오되기 위해서는 폐쇄의 빗장부터 빨리 풀어야 한다.

우리는 대북(對北)포용정책이라는 큰 원칙아래 남북한 화해와 교류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우리의 당국간 대화제의를 정면 거부하는 등 대남(對南)적대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가수반의 외교적 업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김정일이 표면에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진다.

북한은 경제회생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가 바로 남한임을 알아야 한다. 이산가족문제를 비롯해 남북한 간의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남쪽의 노력에 호응하고 나온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크게 해소할 수 있는 문이 열릴 것이다. 북한은 좀더 현실적인 시각을 갖고 민족동질성 회복에 나서야 한다. 김정일 시대의 개막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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