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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7월 27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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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재계가 ‘5대 재벌그룹의 구조조정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재계자율로 빅딜(대규모 사업 교환)에 나선다는 데 합의한 점이다. 빅딜의 필요성을 재계가 인정함으로써 지금까지 거론돼온 3각 빅딜 외에 다양한 유형의 빅딜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종전처럼 정부 혼자서 일을 벌이고 재계는 겉으론 찬성을, 속으로는 불평을 하는 불협화음은 앞으로는 줄어들게 됐다.
문제는 빅딜의 방안이다. 강봉균(康奉均)청와대 경제수석의 말대로 ‘빅딜의 필요성과 유효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그 방안까지는 이날 논의되지 못했다. 양측은 조만간 후속 모임을 갖고 구체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정부가 (재벌 구조조정을 위해) 뭐든 돕겠다’는 다짐을 받은 재계는 앞으로 금융 세제상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올해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중 하나인 고용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자제하기로 합의한 점이다.
정부는 이날 회동에서 ‘정리해고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반드시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근로자측이 임금을 스스로 삭감하거나 작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조정노력을 하는 경우 기업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노력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재계도 “정리해고를 최대한 자제하는 등 고용안정에 주력하겠지만 노조는 임금삭감 등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해 정리해고와 관련한 노사대타협의 가능성을 낳게 했다.
한편 재계는 또 이날 회동에서 국내 50대 기업이 외국은행과 합작으로 슈퍼뱅크를 설립하는 방안을 허용해주거나 해외 매각절차가 진행중인 서울 제일은행 중 한 곳을 국내 기업에 팔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정부의 재벌개혁 방식의 후유증 등을 집중부각시켜 △상호지급보증의 감축 △부채비율 200%로 감축 등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두가지 사안에 대해 완화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정부측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실효성있는 사외이사제를 정착시켜나가고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해소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이날 회동은 오후 4시에 시작해 두시간 정도로 예정돼있었다. 그러던 것이 분위기가 뜨거워지면서 오후 9시경 저녁 식사가 토론장으로 배달됐고 심야 마라톤 토론으로 이어졌다.
역대 정부에서 경제장관과 재벌총수 간의 만남은 자주 있었지만 일방적인 전달이나 강연과 같은 자리였고 뜨거운 현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
〈박래정·신치영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