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4지방선거 이후…

  • 입력 1998년 6월 5일 19시 41분


유권자는 냉담하고 정치권만 시끄러웠던 6·4지방선거가 끝났다. 금권 시비는 줄었지만 흑색선전과 지역주의는 더욱 심해진 선거였다. 경제적 위축과 정치혐오에 선거운동까지 혼탁해 52.6%라는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유권자의 무관심과 투표율 급락, 흑색선전 횡행과 지역대립 심화는 6·4선거가 남긴 무거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선거결과는 작년말 대통령선거의 재판(再版)으로 나타났다. 동서분할이 재현된 가운데 연립여당이 수도권을 석권하며 승리했다. 여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여권은 정계개편과 경제개혁을 본격화할 태세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정계개편을 적극 추진하고 금융 기업 공공부문 개혁을 포함한 전면적 개혁을 올해 안에 마치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개혁을 빠르고 잡음없이 수행해 정치안정을 이루고 경제회생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6·4선거를 의식해 개혁을 늦추거나 왜곡하면서 시간과 국력을 허비했다. 이제 정부와 여야는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제자리로 돌아가 경제살리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기업과 노동계, 일반 국민도 국난극복에 함께 나서야 옳다.

그러려면 먼저 정치권이 정쟁을 자제하고 대국적 자세를 갖춰야 한다. 국무총리서리문제와 국회공백을 하루 빨리 정상화하고 시급한 법안들을 차질없게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걱정스럽다.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과 야당의 저지가 맞붙어 정치가 오히려 불안해질 조짐이다. 6·4선거 결과에 따른 일부 국회의원의 자연스러운 이동은 있을 수 있겠지만 강압적 방법을 통한 무리한 정계개편은 옳지 않다. 정치불안만 가중시킬 정계개편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할지도 모른다.

6·4선거의 뒤처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흑색선전과 지역분열로 생긴 사회적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을 재통합하기 위해 정치권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선관위와 사법당국은 선거비용을 철저히 실사하고 불법 선거운동을 엄정하게 조사해 당락에 관계없이 법대로 처리해야 선거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 선거풍토를 황폐하게 만드는 언동을 막을 법적 보완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6·4선거는 중앙정치의 과잉개입 속에 치러졌지만 이제 당선자들은 지방자치의 충실화에 노력하기 바란다. 자치입법 인사 재정의 독립성 확대는 국회의 입법사항이나 자치단체의 몫도 있다. 당선자들은 특히 지역경제를 살리고 실업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최대의 역점을 두어야 한다. ‘줄서기’로 갈라지고 흐트러진 지방 공직사회를 바로 세우는 일도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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