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高建영입론」]與 서울시장 공천 안개속

  • 입력 1998년 4월 21일 19시 39분


“대통령의 결심만 남았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21일 국민회의 서울시장후보 선정 진통과 관련, 이렇게 말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서울시장선거에 관한 ‘모든’ 판단자료가 보고돼 이제는 김대통령의 결심 여하에 따라 후보가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비서실이 올린 보고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한광옥(韓光玉)부총재의 교체 필요성을 제기하고 고건(高建)전국무총리 등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 여론조사결과 한부총재가 한나라당의 예상후보들을 앞서고는 있으나 6,7%의 차이가 오차범위내에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건 영입론’은 여권내에서 큰 힘을 얻어가고 있다. 고전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우위를 지키고 있으며 행정능력면에서도 이미 검증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여권 공천의 대원칙인 ‘필승카드’에 고전총리가 적임자라는 것이지만 직전 정권의 마지막 총리였던 사람을 영입해야 할 정도로 새 정부에 사람이 없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김대통령으로서는 후보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한부총재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부총재는 19일의 청와대면담에서 김대통령에게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부총재는 금주중 김대통령을 다시 만나 후보교체의 부당성을 호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와서 출마를 포기할 경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되는 한부총재로서는 ‘배수진(背水陣)’을 치겠다는 각오다.

후보교체시 김대통령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돌아간다. 특히 후보교체론이 여권내 세력간 파워게임의 산물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한부총재의 급부상을 견제하려는 여권내 중진들의 의도가 두텁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부총재측은 “여권이 결집, 선거운동에 매진한다면 쉽게 승리할 수 있는데도 남의 발목만 잡으려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부총재측은 95년 ‘6·27’ 지방선거 당시 지지율이 박찬종(朴燦鍾)후보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던 조순(趙淳)후보가 결국 당선된 사실을 들면서 “한부총재는 당시에 비해 훨씬 유리한 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선에 출마한 노무현(盧武鉉)부총재의 태도도 변수. 그는 당수뇌부로부터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하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하려면 차라리 나를 공천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왔다.

아무튼 ‘제로베이스’에서 후보 재검토에 들어간 김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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