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9일부터 상임위활동]戰雲감도는 여야

  • 입력 1998년 2월 8일 20시 48분


국회는 9일부터 각 상임위 등을 열어 노사정(勞使政)위원회가 타결한 고용조정 관련 법안 및 추경예산 정부조직개편안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 등을 본격 심의한다. 당장 9일에만 행정 재경 통상산업 환경노동위 등 4개 상임위가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주요 법안에 대한 여야간 견해차가 워낙 커 심의 및 의결과정에서 파란이 예상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당은 노사정위원회 타결 등 사회적 합의와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14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거대야당이면서도 김차기대통령측의 개혁 드라이브에 휘말려 변변히 제목소리 한번 내보지 못한 면모를 일신한다는 방침 아래 일부 안건의 통과저지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주요법안에 대한 여야의 견해가 워낙 달라 ‘패키지 딜(일괄 타결)’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조정 및 노조 관련 법안▼ 정리해고 2년유예 조항을 삭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여야가 이견없이 합의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문제는 여권이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조의 정치참여 허용 △공무원 단결권 보장 △전교조 허용 등을 합의해준 대목이다.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은 이 가운데 노조의 정치참여 허용과 관련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통과에는 반대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제정안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야당의 방침이다. 그러나 여당은 한나라당이 사회적 합의의 성격을 띤 노사정 합의를 깰 경우 거센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설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의 반대가 보다 거센 전교조 허용문제가 정기국회로 넘겨져 있어 법안 처리과정에서 다소 진통은 있더라도 통과는 가능하다는 것이 여당의 분석이다. ▼추경예산▼ 이번 임시국회 최대의 전역(戰域)은 추경예산 처리문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고용조정 및 노조관련 법안은 노사정 합의에 대한 국민적 지지기반 때문에 한나라당의 운신 폭이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추경예산 처리 저지에 ‘가용 화력’을 집중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7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73조7천6백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 국회에 제출했다. 이날 통과된 추경안은 일반회계와 재정융자특별회계를 합한 세출예산을 당초보다 1조6천9백85억원(2.25%) 감축한 규모다. 여권은 “이번에 제출된 긴축재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17일로 예정된 국제통화기금(IMF)의 20억달러 추가 지원이 유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나라당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요지부동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아 정부조직 규모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떻게 추경예산을 짤 수 있느냐”며 새정부 출범 이후 추경예산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여권은 “실업대책기금이 추경예산에 포함돼 있는 만큼 한나라당도 이번 회기내 처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실업대책기금 증액’으로 맞불을 놓으며 실업대책기금 문제도 새정부 출범 후에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조직 개편▼ 여당측은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개편안을 가급적 원안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해양수산부의 존속은 김차기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양해 사항인 만큼 한나라당이 주장할 경우 존속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은 독자적인 정부조직개편안을 마련, 9일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기획예산처와 중앙인사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할 경우 김차기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된다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측 개편안은 기획예산처는 재경부, 인사위원회는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 문제는 국가권력의 핵심 사안인 만큼 여야의 ‘양보없는 대결’이 예상된다. ▼인사청문회▼ 여당은 ‘조각(組閣)시의 인사청문회 배제’를 주장하면서 인사청문회 법안도 3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조각때부터 차관급 이상의 인사청문회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 충돌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7일 국회에 의원입법으로 제출한 인사청문회 관련법안을 이번 주초 해당 상임위인 운영위에 상정, 필요할 경우 거대야당의 힘을 발휘해 독자처리도 강행할 수 있다는 태도다. 이 문제는 특히 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의 국무총리 인준과 맞물려 있어 더욱 민감하다. 이 때문에 자민련은 당중진들을 모두 가동, 한나라당내 민정계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득작업에 나섰으나 한나라당 초재선의원들을 중심으로 ‘JP총리 인준 불가’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김대중정권에 대한 첫 제동은 인사청문회와 김명예총재의 인준문제에서 걸릴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영훈·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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