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대선/대선현장]선거판 수놓은 名言…奇言…虛言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각 정당 후보와 그를 돕는 조역(助役)들은 전국을 누비며 숱한 말을 쏟아냈다. 그중에는 핵심을 찌르는 명언(名言)이 있는가 하면 얼토당토않은 기언(奇言), 내용없는 허언(虛言)도 있었다. 공식 선거기간에 선거판을 장식한 「말의 성찬(盛饌)」을 쟁점별로 모아본다.》 [경제파탄 책임론]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배에 구멍을 뚫었느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배부터 뜨게 해야 하는 것이다(이회창 한나라당후보, 12월2일 강릉유세). ▼이회창후보가 경제부터 살리자는데, 한일합방후 이완용(李完用)이 「어차피 합방이 됐으니 어떻게 하겠느냐. 앞으로의 대책이나 논의하자」고 했던 일이 생각난다(이인제국민신당후보, 12월7일 2차 TV토론회). ▼집권하면 청문회를 열어 경제실정에 대한 책임을 묻겠으며 필요하면 김영삼대통령도 청문회에 서야 할 것이다(김대중 국민회의후보, 11월28일 남대문시장 유세). ▼총리나 당대표조차 금융실명제가 발표되기 30분전에 통보받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여당이 (경제파탄을) 책임지겠나(김윤환 한나라당공동선대의장, 11월28일 기자간담회). ▼이번 경제위기는 분명히 인재(人災)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인재에는 인제(仁濟)로 맞서야 한다(코미디언 김형곤씨, 12월11일 거리유세). [병역공방] ▼신체검사때만 살이 확 빠지는 두 아들을 둔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되면 60만 병사들이 「우리도 신검을 다시 받을테니 살 뺄 시간을 달라」며 총을 놓을지 모른다(박찬종 국민신당선대의장, 12월13일 경기지역 유세). ▼이회창후보가 대통령이 돼 국군통수권자가 되면 누가 진정으로 「받들어 총」을 할 수 있겠느냐(손대희중령, 12월1일 기자회견). ▼우리는 오늘 세계 토픽에 나갈 만한 코미디를 했다. 이인제후보는 더 이상 구차한 이야기를 하지말고 약속한대로 후보직을 사퇴하라(맹형규 한나라당선대위대변인, 12월10일 이회창후보 차남 수연씨의 신장이 군신체검사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되자). [지역정서] ▼「우리가 남이가」하든 「우리가 남이여」하든 마찬가지다(이회창후보, 11월26일 동아일보사 주최 합동토론회). ▼김대중후보가 약속을 지키도록 하려면 충청권에서 50% 이상 표를 몰아줘야 한다. 여기 찔끔 저기 찔금 표를 줘 30% 정도밖에 안나오면 무슨 낯으로 김후보에게 큰소리 치겠느냐(변웅전 자민련대변인, 12월2일 아산유세). ▼김종필씨는 과거 노태우 김영삼대통령을 떠받들며 2인자 노릇을 하다가 이제 김대중씨의 2인자가 되려한다. 충청인의 자존심이 고작 김대중씨를 대통령 만드는 것이냐(이회창후보, 12월12일 공주유세). [정권교체 세대교체] ▼선거는 왜 하는가. 이회창후보가 집권하면 경제를 망친 사람들이 다시 집권하는 것이다(김대중후보, 12월7일 2차 TV토론회). ▼삼겹살을 먹다가도 기름이 끼면 철판을 바꾼다. 나라를 망치고 썩게 한 사람들 대신 젊은 일꾼을 뽑아 세상을 한번쯤 확 바꿔야 한다(이인제후보, 12월5일 당진유세). ▼세대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정신의 교체이다. 젊어도 정신이 썩었다면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수 없다(이회창후보, 12월1일 1차 TV토론회). [읍소발언] ▼나는 어린시절 너무 가난해 얼굴에 마른 버짐이 그칠 날이 없었다. 아침마다 영양실조로 헛구역질을 한 기억이 난다(이인제후보, 12월8일 부산유세). ▼이유야 어찌됐건 내 아이들이 군대에 가지않아 군에 복무하는 여러분에게 미안하다(이회창후보, 12월8일 자유의 다리 남문초소에서 경계근무중인 초병에게). ▼나는 칠십평생 무대위에서 활동해 왔으나 이번에는 김대중후보에게 주역을 맡기고 스스로 조역을 맡기로 했다(김종필의장, 12월2일 아산유세). [재치문답] ▼이인제를 찍으면 이인제가 된다(이인제후보, 12월14일 3차 TV토론회에서 「이인제후보를 찍으면 김대중후보가 된다」는 이회창후보의 발언을 반박하며).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를 기업의 회장, 사장의 상명하복 관계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 그렇다면 회장 아들로서 그 밑에서 실세 전무인 노동장관을 한 사람은 어떤가(이회창후보, 11월26일 동아일보사 주최 토론회). ▼이회창후보가 나더러 김영삼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버림받은 아들」이다. 김대통령으로부터 후보에 재산까지 물려받은 이회창후보야말로 김대통령의 「양아들」 아니냐(이인제후보, 동아일보사 주최 토론회). ▼이번 대선 시장에는 「70대 황혼의 DJT트리오」 「60, 70대 듀오」 「40, 50대 환상의 콤비」가 세트 메뉴로 나와있는데, 이중 국난을 극복할 팀이 어디냐(박찬종의장, 12월11일 서울유세). ▼그냥 날라왔어요(이회창후보, 11월26일 동아일보사 토론회. 김대중후보 비자금 의혹 제보 입수경위에 대해). ▼김대중후보가 보청기를 끼었다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안경을 낀 것이나 보청기를 낀 것이나 무엇이 다르냐. 보청기가 문제라면 안경을 낀 이회창후보도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박준규 자민련최고고문, 12월9일 양산지구당개편대회). [기타] ▼34년전 박정희전대통령을 모시고 대구에 내려와 「가난한 농민의 아들 박정희를 당선시켜 나라를 일으키자」고 호소했었다. 이제 정의로운 대구시민들이 다시 가난한 농민의 아들 이인제를 지지해달라(이만섭 국민신당총재, 대구 유세). ▼주일을 지켜야 한다(김한식후보, 12월14일 일요일에 열린 군소후보 TV토론회에 불참하며). ▼나는 92년 대선때 김영삼씨에게 대통령을 맡기면 경제가 절단난다고 말했다가 5년동안 핍박을 당하고 밖으로 떠돌았다. 김대통령의 인형을 만들어 패더라도 우리가 해야 하는 데 한나라당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니 어이가 없다(박태준 자민련총재, 한나라당의 「03 마스코트」 훼손사건을 비난하며). ▼IMF구제금융협상이 타결된 12월3일은 1, 2, 3번 후보들이 국민들의 마음으로부터 「삼진 아웃」된 날이다. 이제 4번타자가 등장해야 할 때이다(권영길 국민승리21후보, 12월 충남지역 순회유세). 〈정리〓송인수·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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