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D-15/쟁점점검]살얼음판세속 「돌발변수」 촉각

  • 입력 1997년 12월 2일 20시 03분


대선이 15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누가 청와대에 입성할지 도무지 승패를 점치기가 어렵다.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후보와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후보가 호각지세(互角之勢)고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후보의 잠재력 또한 만만치 않다. 박빙의 접전 상황에서는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에 의해 단숨에 승패가 갈릴 수 있다. 더구나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민심의 동요로 인해 정국마저 극히 유동적이다. 그만큼 의외의 변수가 돌출할 가능성이 크다. 3당 후보가 살얼음판을 걷듯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3당 후보 진영이 꼽는 최대의 당면현안은 국난(國難)이라 일컬어지는 「경제상황」이다. 경제위기가 「표심(票心)」에 어떻게 투영되느냐가 각 후보의 초미의 관심사다. 따라서 「경제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간 공방이 어느 대선 때보다 치열하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다른 당이 집권했을 경우 예상되는 정정(政情)불안을 강조하면서 유권자들의 안정희구심리에 호소한다. 반면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은 현정권의 실정(失政)과 한나라당의 공동책임을 부각하면서 유권자들의 정권교체심리를 파고든다. 경제파탄에 대한 책임공방은 「뿌리공방」, 즉 여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경쟁적으로 현 정권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는 한나라당과 국민신당의 정체성(正體性)공방으로 이어진다. 청와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대선전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안 처리를 강행,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면 이같은 「뿌리공방」은 현 정권의 지역적 기반인 영남권 정서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시도하고 있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에 의해 촉발된 영남권의 남북균열 현상은 다른 지역 정서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지역변수」는 대선이 임박할수록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흑색선전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선거기간에는 여론조사결과를 공표할 수 없기 때문에 조작 왜곡되거나 특정후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구전(口傳)으로 유포되면 「표심」은 작지 않게 흔들릴 것이다. 이회창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의혹, 김대중후보의 건강문제, 이인제후보와 김대통령과의 관계 등에 관한 출처불명의 각종 소문이 계속 횡행할 것도 분명하다. 「누가 되면 어느 지역은 망한다」는 식의 노골적인 지역감정 부추기기도 이미 대선전을 극도로 혼탁하게 몰아가고 있다. 내각제개헌 공방도 선거기간 중 계속될 이슈다. 또 선거전 막바지인 14일의 3차 방송합동토론회를 전후해서는 3당 후보 진영간에 본격적인 폭로전이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회창후보 아들들의 병역면제의혹을 거론하며 『이후보는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현역 육군중령의 시국선언파문은 이를 예고하는 시그널의 성격을 지닌다.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대선판세 및 정국상황의 변화에 따라서는 대선구도가 막판에 양파전으로 좁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인제후보는 1일 1차 방송합동토론회에서 이회창후보 아들들의 병역면제의혹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 진상 여하에 따라 이회창후보가 사퇴해야 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사퇴하겠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이인제후보가 사퇴할 경우 그가 이회창후보와 김대중후보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일거에 대세가 판가름날 가능성도 있다. 이인제후보의 거취는 역시 대선가도에 잠복 중인 최대변수임에 틀림없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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