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주최 사이버토론회 결산]「전자민주주의」새章 개척

  • 입력 1997년 11월 11일 19시 30분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동아일보 주최로 국내 선거사상 처음 실시된 「대선후보 초청 사이버토론회」는 미래 전자민주주의의 새로운 장(章)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1세기 첫 대통령을 노리는 대선후보들은 3백만 네티즌들의 표심(票心)을 겨냥, 동아일보와 나우누리 유니텔 천리안 하이텔 등 4대 PC통신이 마련한 사이버토론회에 기꺼이 출연했다. 네티즌들도 새로운 형태의 토론회에 큰 관심을 보여 45만여건의 접속건수를 기록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해외교포와 유학생들도 대거 참여, 지구촌을 하나로 만드는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특히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4대 PC통신에는 네티즌들의 질문이 쏟아져 들어와 쌍방향 첨단 매체로서 선거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행사는 끝났지만 사이버토론회가 완전히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PC통신은 방송처럼 생중계하는 「실시간」적 특징과 신문처럼 아무때나 읽는 「기록성」을 갖고 있다. 이런 특징을 살려 사이버토론회에서 후보들이 밝힌 정책은 대통령선거때까지 PC통신과 인터넷에 저장돼 네티즌들의 최종 선택을 돕게 된다. 이번 토론회는 우리나라에서 PC통신이 태동한 지 12년만에 4대 PC통신이 처음으로 공동 개최한 행사라는 점에서 또다른 의의를 갖고 있다. 본사가 주최한 이번 사이버토론회와 지난달 「대선후보 초청 정보화정책포럼」에 대비해 후보들은 정보화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으며 이를 통해 정보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각후보 진영은 평가. 이회창(李會昌)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총리 시절 초고속통신망 추진계획을 확정한 바 있어 이해가 빨랐지만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몰라 전문가들로부터 몇차례 브리핑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대중(金大中)후보의 한 측근도 『우리 총재님이 다른 분야는 시간투자에 비해 성취도가 빠른데 솔직히 정보화는 좀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정보화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제(李仁濟)후보도 노트북PC를 직접 토론회장에 준비해오는 등 「젊고 정보화 마인드가 있는 대통령감」이라는 이미지 부각을 위해 애썼다. ▼ 네티즌 반응 ▼ 토론회 기간에 모두 2천여건의 질문이 온라인으로 쏟아져 들어와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하려는 네티즌들의 열기를 보여줬다.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네티즌들은 자유게시판에 소감을 올려 즉석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질문내용은 최근의 심각한 취업난과 고용불안의 분위기를 반영, 「취업대란을 타파할 수 있는 묘책을 밝혀달라」(NUNO77, 나우누리) 「실직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을 마련해 달라」 「여성취업기회를 확대해 달라」는 등취업과고용여건개선을 요구하는 질문이 많았다. 또 「대학을 가고 싶지만 여건이 안돼 미루고 있는데 사이버교육과 온라인대학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KA7Q, 하이텔) 「일선 학교의 낡은 컴퓨터로 PC통신과 인터넷은 꿈도 못꿀 형편이다. 어떻게 정보화교육을 펴나가겠는지」(phddk, 나우누리)등 젊은층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도 많았다. 「독도 접안시설 설치에 대해 일본에서 망언을 일삼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은 왜 침묵하는지 가슴 답답하다」(MAUI72, 천리안) 「저질 일본문화가 유입돼 걱정인데 대응책을 밝혀달라」(3CQ712, 유니텔)는 등 독도분쟁과 일본문화의 국내침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현실정치를 날카롭게 꼬집는 질문도 많았다. 하이텔의 김종년씨(SAINT5)는 DJP연대와 관련, 「내각제 개헌을 하려면 2백명의 국회의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개헌을 위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의원 빼가기를 재연할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한 고등학생은 이회창후보에게 「칼날을 세워 사정하기보다 온화하게 감싸주는 편안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번에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유니텔 이용자는 「이인제후보는 경선불복, DJ는 비자금의혹, 이회창후보는 아들 병역문제로 흠이 있어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대부분 『흑색선전과 상호비방에는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앞으로 남은 기간에는 국민이 보기에 아름답고 유쾌한 공명선거를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각후보에게 「이렇게 하면 국민들의 지지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표정 관리법에서 부터 옷차림까지 친절히 안내해주는 내용이 많았던 것도 한 특징이다. 〈김학진·김승환·김홍중·김종래·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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