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거사상 처음으로 PC통신이 생중계하는 대선후보 개별 초청 사이버토론회가 어제부터 순차적으로 열리고 있다. 3백만 네티즌들을 위해 본보가 주최하는 사이버토론회는 PC통신을 통해 대선후보와 일반시민간의 만남을 주선하고 대화와 토론의 새 장(章)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종래 TV토론회와는 달리 이번 PC통신 토론회는 디지털매체를 통한 정보의 쌍방향 통행으로 유권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획기적 실험무대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후보들이 사이버공간에 나와 정견을 밝히고 네티즌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토론회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초유의 일이다. 토론의 주제 선정과 질문내용, 패널 선발까지 네티즌들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한다. 후보별 토론내용은 나우누리 유니텔 천리안 하이텔 등 국내 4대 PC통신과 인터넷 그리고 동아일보의 인터넷 신문인 마이다스동아를 통해 전국의 네티즌들은 물론 해외동포들에게도 생중계된다.
대선후보 초청 사이버토론회는 여러가지 차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인터넷 PC통신으로 펼치는 사이버토론회에는 지구촌 어디에 있는 누구도 참여할 수 있다. 다양한 민의가 사이버토론장으로 모이고 그 의견들은 거대한 여론의 흐름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그 기록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역사로 남는다.
사이버토론회 참여자가 주로 20, 30대 젊은 유권자라는 것도 다른 TV토론회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현실정치에 비교적 관심이 없는 신세대이지만 이번 토론회를 통해 그들은 정치 경제 외교 안보 사회 문화 정보화 등 21세기 국가적 전략과제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토론회의 가장 큰 의미는 전자민주주의 도입 논의와 실천의 대중적 확산이다. 전자민주주의는 산업사회의 기본이념이었던 대의(代議)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접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해 보려는 새로운 정치적 실험이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첨단정보기술에 의해 고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가 재현되면서 시민소외라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결함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첨단기술의 진보만으로 전자민주주의의 이상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권력과 사회가 바뀌고 현실의 민주주의가 가능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네티즌에 의한, 네티즌을 위한, 네티즌의」 일과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된다. 앞으로 PC와 인터넷을 통한 「열린 여론의 광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하고 정치 경제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시민 사회단체의 진단과 대안제시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이번 토론회에 네티즌만이 아닌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기를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