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자민련)
『분단이라는 「한국적 특수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국민회의)
6일 DJP 후보단일화 협상소위를 마친 뒤 국민회의와 자민련 관계자들은 내각제하의 대통령 권한문제를 놓고 입장차이를 확인하며 이같이 말했다.
양당은 7일 오후 모처에서 다시 만나 각자 작성한 합의문 초안을 교환한 뒤 본격적인 「축조심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앞으로 다시 불거져 나올 내각제 형태라는 예민한 쟁점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대통령이 국가의 대표로서 평화적 통일에 기여하려면 일정부분 외교 국방에 관련된 권한을 지녀야 한다』며 「절충형 내각제」를 포기할 뜻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자민련은 『내각제 형태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순수내각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못박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절충형 내각제를 고집하면서도 총리임명권 의회해산권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한국적 분단상황을 고려, 통일과 관련된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개헌시기는 자민련측 요구(15대말)를 수용할 뜻을 시사했었으나 그런 입장마저 거둬들이고 국민의 뜻을 물어 16대초에 하는 것이 옳다는 쪽으로 선회해 버렸다. 물론 이같은 선회는 자민련측의 순수내각제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협상용일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한광옥(韓光玉)부총재는 『전쟁도 끝나기 전이 가장 힘들다』면서도 『일괄타결 방식으로 합의문 작성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수내각제에 대한 자민련측의 입장은 완강하다. 당초 자민련은 합의문을 작성할 때는 개헌시기와 방법에 역점을 둘 생각이었다. 내각제 형태는 추후 별도의 논의를 통해 타결해도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회의측에서 「변형된 내각제」, 즉 대통령에게 일정 권한을 부여하자는 얘기들이 흘러나오면서 오히려 강경해졌다.
김용환(金龍煥)부총재는 『국민회의가 내각제개헌 이후 대통령의 권한에 집착하는 이유가 뭐겠느냐』고 반문했다. 내각제개헌 이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연장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부총재는 『국민회의가 마치 자민련이 더이상 퇴로(退路)가 없다는 식으로 나올 경우에는 우리는 고고하게 우리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른바 독자출마를 통한 「옥쇄론」이다.
이정무(李廷武)총무는 『국민회의가 당연히 김대중총재 쪽으로 단일화 될 것으로 전제하고 있는데 단일화 협상은 제로베이스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연합공천시 국고보조금 지급 문제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국민회의측을 비판했다.
양당은 또 국민회의측의 요구로 실무협상팀에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와 자민련 정상천(鄭相千)부총재 등 각당의 율사출신을 포함시켰다.
특히 국민회의 권력구조개편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총무는 「파이터」로 기용된 케이스. 나름의 법논리로 협상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지만 자민련도 만반의 논리로 결전에 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영훈·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