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DJ 때문에 바빠진 공무원들…」.
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산4동에는 고양시 민속박물관으로 사용되는 「밤가시초가」라는 독특한 건물이 있고 건물 맞은편 대각선 방향으로 50m 떨어진 곳에는 국민회의 김대중총재 자택이 있다.
김총재의 일산자택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밤가시초가에 근무하는 공무원 4명도 뜻하지 않게 김총재집 안내를 해주느라 덩달아 바빠진 가운데 여느때보다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단독주택지역에 자리잡은 김총재 자택 주위에는 이렇다 할 특색있는 건물이 없어 김총재 집을 처음 찾는 이들은 십중팔구 밤가시초가에 들러 길을 묻기 때문이다.
김총재 자택 방문객 수는 방송3사가 대선후보의 집안생활 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총재가 1위를 달리기 시작한 뒤부터 크게 늘었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30∼40명의 방문객이 밤가시초가에 들러 길을 물었으나 추석연휴기간에는 서울 사는 자녀를 찾아 「역(逆)귀성」을 했던 전라도 주민들을 위주로 하루 평균 1백50여명이 김총재 자택을 찾았다.
밤가시초가가 이처럼 「김총재 자택 안내소」처럼 되자 고양시는 『특정후보를 편드는 것으로 비치면 안된다』며 근무자들에게 신중히 처신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때문인지 어떤 공무원은 초가에서 빤히 보이는 김총재 집을 정확히 가르쳐주지 않고 『저쪽 근방일거요』라고 얼버무리기도 한다.
초가공무원들은 김총재의 호칭에도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김총재를 「김대중선생님」이라 부르는 「열성 지지자」들에게 김총재를 「DJ」나 「김대중씨」 등으로 불렀다가는 호된 꾸지람을 각오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김대중할아버지」로, 단순관람객들은 그저 「김대중총재」 「DJ」 「김대중씨」 등으로 부른다. 초가공무원들은 요즘 길을 묻는 사람들이 먼저 사용하는 호칭을 그대로 따라하는 「지혜」를 터득했다.
〈고양〓선대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