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李대표지지율 변화없자 자포자기상태

  • 입력 1997년 9월 24일 19시 41분


『「외생(外生)변수」가 돌발하기 전엔 정권재창출이 무망해졌다』 추석연휴가 지나면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최근 자포자기식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이대표의 지지율이 하락조짐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당 총재직 이양 후에도 이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자 일각에선 「개혁세력의 연합에 의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는 형편이다. 상대적으로 「DJ 절대불가론」을 외치는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대표를 도와줄 수 있는 유효한 카드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현실론도 청와대의 무력감을 더해주는 요인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대표가 도덕성과 참신성을 잃어 상품가치가 떨어진데다 조직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성할 방법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청와대가 이처럼 무력감에 빠져든 것은 물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상황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총재직 조기이양 요구,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건의, 정강정책 개정움직임 등 이대표측의 잇따른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 김대통령은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보여 왔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요즈음 8일 고위당직자 만찬석상에서 김대통령이 총재직 조기이양을 전격발표한 것도 반드시 「이대표 지원용」으로만 볼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대통령이 전당대회 직전에 당사에서 당무회의를 주재해달라는 당측의 요구를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무튼 최근 청와대의 분위기에서는 총재직 이양을 계기로 김대통령이 신한국당으로부터 「명예로운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역력히 감지된다. 한 핵심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전당대회 후에도 탈당을 하거나 민주계의 이탈을 돕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듭 「당원으로 남을 것」을 공언해온 만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이대표의 지원을 위해 두 전직대통령을 대선전에 사면할 것이라는 당 일각의 「희망적 관측」에 대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뜻은 확고하다』고 일축한다. 「원칙」의 훼손은 없을 것이란 뜻이다. 김대통령이 24일 오후 조홍래(趙洪來)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당에 제출한 총재직 사퇴서는 「신한국당 총재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라는 한마디인 것으로 알려졌다.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보는 김대통령의 복잡한 흉중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중 하나다. 〈이동관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