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측근정치」 도마에…『당직자 몰래 언론플레이』성토

  • 입력 1997년 9월 2일 19시 53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건의 파동을 계기로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의 「측근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직자들은 최근 이대표가 기아사태개입 총재직조기이양주장 보수연합론제기 등 중요 사안들을 몇몇 측근들과 논의한 끝에 내놓곤 해 불만을 품어왔다. 그런 판에 청와대가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 건의에 부정적 견해를 표출하자 이를 기화로 당직자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 박범진(朴範珍)총재비서실장은 2일 『전,노씨 사면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이대표의 몇몇 측근들이 건의해 당직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언론플레이를 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측근정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박실장의 발언은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해 나온 것이어서 측근정치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도 짐작해볼 수 있다. 민주계출신의 다른 당직자는 92년 당시 민자당 김영삼(金泳三)후보시절과 비교하며 『지금 이대표의 측근들은 직언과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 92년에는 김후보가 최소한 측근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꼬집었다. 하순봉(河舜鳳)대표비서실장 이흥주(李興柱)대표비서실차장 등은 『측근들에 의한 사면추진 전달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사과를 하기도 했으나 당직자들의 불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당의 전열이 완전히 재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표의 측근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당직자들이 주요 의사 결정과정에서 소외되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제로 기아사태개입 때는 당정협의 사령탑인 이해구(李海龜)정책위의장이 이대표의 정책통인 서상목(徐相穆)의원에게 진행과정을 문의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총재직조기이양설이 나왔을 때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얼굴없는 측근들이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이대표중심 단결론을 펴고 있는 김덕룡(金德龍)의원마저 사석에서 『이대표는 유능한 참모들이 없다. 정치력의 부재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이대표가 이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는 일부 측근들의 교체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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