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와 14일 만났다. 이지사의 언급은 조심스러웠으나 여러 대목에서 자신의 향후 거취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경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대중적 인기가 높은데….
『나도 놀라고 있다.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식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거취에 대해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많은데….
『당과 나라의 장래에 대해 고민하면서 정국상황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당인으로서 명분이 없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이번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가.
『정치인은 상황적 존재일 수만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정치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상황 변화를 가정해서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명분이 중요하다』
―명분이란….
『정치인으로서의 신의와 당인으로서의 도리를 지켜야 하고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복종해야 하는 것 등을 포괄하는 것이다』
―지사직은 계속 보유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지사직을 갖고 있는 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당이 내게 설정해준 역할과 지사직의 충돌여부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
―공직사퇴 시한까지는 앞으로 한달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한달은 아주 긴 시간이다.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지사가 출마 움직임을 보인다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나서서 말릴 것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김대통령과 무슨 상관이 있나. 김대통령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김대통령은 경선 때에도 중립을 지켰지 않느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정치적 선택은 자신의 운명을 걸고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다』
―경선후 3주가 넘도록 당이 뒤숭숭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발전단계로 보나,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으로 보나 이제는 새로운 정당체질과 구조, 새로운 정치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한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당의 안정된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앞뒤와 같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후보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나 그보다는 당이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우리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최악이다』
―이대표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아들들의 병역면제문제가 가장 큰 시련인데 이는 이미 야당의 정치공세 차원을 넘어 국민정서 차원의 문제가 되고 있다. 후보 본인이나 당의 진실하고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당개혁의 방향은….
『총재1인에 의존하는 당운영을 탈피, 다원적인 사회구조가 당에 그대로 수용될 수 있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춰야 한다. 다양한 세력을 상징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복수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집단지도체제 도입이 필요하다. 하의상달식 당운영을 위해 지방당 기능을 강화하고 지구당위원장과 공직후보자 및 국회직은 자유경선을 통해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당개혁 요구를 명분축적용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은데….
『나는 경선과정에서부터 줄기차게 국민정당 국민정치 시대를 열자고 주장해왔다』
―경선후 이대표와 접촉이 있었나.
『일절 없었다. 얼마전 이대표가 만나자는 전화를 해왔으나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나중에 만나자고 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