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욕정이 풍부지(樹欲靜而 風不止)」(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으나 바람이 가만두지 않는다).
趙淳(조순)서울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도(外道)가능성을 묻는 인사들에게 이렇게 선문답을 해왔다. 그러나 조시장은 이제 정치판에 「태풍의 눈」이 되었다.
조시장은 왜, 언제부터 대선출마를 결심하게 됐을까. 국민회의 인사들은 『몇몇 측근들과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조시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조시장 주변인사들은 『조시장의 출마결심은 조시장 본인의 강한 의욕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어느쪽의 평가가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조시장이 대선출마욕구를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었던 것 만큼은 사실로 보인다.
조시장과 가까운 국민회의의 한 고위인사는 『조시장이 대선출마 의사를 처음으로 비친 것은 4.11총선 직후』라고 말했다. 당시 金泳三(김영삼)정권의 국정운영에 실망하고 있던 조시장은 민주당을 분당시킨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가 총선에서 패배하자 야당에 대해서도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를 하려해도 「비빌 언덕」이 없는 조시장으로서는 출마 문제를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 5월 조시장의 출마가능성을 언론에 흘린 崔炳權(최병권)비서실장이 전격 경질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같은 여파때문이었는지 조시장은 국민회의 전당대회에 참석, 『정권교체를 위한 천시(天時)가 왔다. 나는 시정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해 자신의 불출마 의사를 간접 확인했다.
하지만 7월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신한국당 경선에 출마한 몇몇 후보들이 조시장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후문이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여당 경선후보의 면면을 지켜본 조시장이 「내가 저들보다 못할 것이 뭐 있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또 다른 한 인사는 『여당후보로 결정된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인기추락, 민주당 李基澤(이기택)총재의 보선 패배, 통추의 설득 등이 꺼져가던 조시장의 출마결심을 다시 지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시장의 출마를 강력히 건의한 徐遵鎬(서준호)시정개발연구원장, 李龍宰(이용재)시공보관 등 핵심측근들은 조시장의 당선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김정치와 이대표에게 거부감을 가진 유권자들의 표를 모으면 40%대의 지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조시장을 만난 한 인사는 『조시장이 「당선이 안되면 강의나 하면 되지」라고 말했다』고 전해 아직 조시장이 자신의 당선을 확신하는 것은 아니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