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체제가 당면한 최대과제는 「金賢哲(김현철)씨 문제」 처리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고심끝에 「이회창카드」를 뽑은 가장 중요한 이유도 이 문제에 있는 듯하다.
현철씨 문제는 정치초년생인 이대표의 역량을 시험하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이대표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대쪽이미지」의 선도(鮮度)를 측정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김현철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는 것이 또한 이대표의 앞날과 「대선주자 이회창」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철씨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미 정치적 절충을 모색하기에는 의혹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 여권내에서조차 이제는 『정면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룰 정도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다. 이제 모두들 이대표의 얼굴을 쳐다보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대표의 의중(意中)은 분명치 않다. 주연인지 조연인지, 집도의인지 방패막이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대선후보경선 과정에서 김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하는 이대표로서는 김대통령과 측근들의 정서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이대표 측근들도 부담스러워 한다. 한 측근은 『대표라는 자리가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이대표는 작년말 새벽 버스에 실려가 노동관계법 날치기처리에 동참한 것을 쓰라린 경험으로 생각한다.
이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한보사태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청문회 증인채택과 관련해서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은 잘못』이라며 현철씨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논리에 따르면 이대표가 현철씨의 청문회 증인채택 반대의 선봉에 서서 「총대」를 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섣불리 나서서 증인채택을 주장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독야청청(獨也靑靑)」하는 태도에 대한 당내 거부감이 작지 않음을 그도 의식하고 있다.
현철씨의 한보청문회 증인 출석을 요구하다 「김현철청문회」개최, 「김현철인맥」 수사, 특별검사제 도입 등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는 야권공세에 대한 대응도 이대표로서는 수월치 않은 과제다. 바로 자신의 정치력이 백일하에 드러날 시험대임을 이대표도 잘 안다.
이대표는 취임 첫날 현철씨 문제와 관련, 김대통령의 자세변화를 어렴풋이 예고하는 수준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좋게 해석하면 「이제부터」라는 풀이도 가능하지만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인 것 같다.
〈임채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