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총리 확실 高建총장]밝은 표정 「無言의 시인」

  • 입력 1997년 3월 3일 08시 32분


2일 오전 高建(고건)명지대총장은 서울 동숭동 자택을 나서다 기자와 만나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총리직 요청 등 개각관련 사항들에 대해 얘기했다. 고총장은 청와대발표가 있기 전이어서인지 기자와의 접촉을 애써 피했다. 그러나 1일 저녁부터 집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를 피할 수 없게 되자 외출길에 할 수 없이 질문에 응했다. 고총장은 이날 주말과 휴일마다 자택근처 찻집에서 열고 있는 사랑방 좌담모임인 「동숭마당」에 참석하러 가던 길이었다. 이 찻집에서 고총장은 동숭마당 회원들인 李世中(이세중)전대한변협회장, 鄭慶均(정경균)서울대보건대학원장 鄭文鎬(정문호)부원장, 梁憲(양헌)변호사 등과 환담 도중 기자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그러나 『현재 언론에 대해 뭐라고 할 얘기가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표정은 밝고 의욕에 차 보였다. ―언제 대통령과 면담했나. 『시기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면담을 한 것만은 사실이다』 ―대통령이 뭐라고 말하면서 총리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나. 『자꾸 그런 질문을 하면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 고총장은 그러나 총리직 수락여부에 대해서는 『고심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해 대통령의 총리직요청사실을 시인했다. ―총리지명발표는 언제 할 것 같은가. 『모르겠다…』 ―향후 국정운영방향에 대해서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고총장은 그러나 국회일정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듯했다. 그는 『이번 월요일(3일)에는 국회가 제대로 안 된다지…』라며 우려를 나타냈고 주위에서 『대정부질문 원고내용 때문에 여야가 맞서고 있다』고 설명하자 『아마 그것 때문에 국회가 공전될 것 같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고총장은 기자가 『그러면 대정부질문일정이 연기되나. 개각일정에도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묻자 『다시 연기하지 않는 한 본회의가 안될 경우 그것으로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일단 본회의 대정부질문은 3일로 끝나고 곧바로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했다. ―대통령이 총리지명을 발표한 뒤에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나. 『더 잘 알면서 왜 그런 것을 물어보나. 지금은 대통령이 지명하더라도 국회에서동의를받아야하기 때문에지명을수락한다는 것이별의미가 없다』 고총장과 달리 이날 「동숭마당」회원들은 적극적으로 개각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전변협회장은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국정을 운영하는데 고총장의 경륜과 능력은 부족함이 없다. 정권말기엔특히행정통솔이 중요하다』고얘기했고 양변호사는고총장에 대해 『정말로깨끗한사람이다.역사에길이남을큰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원장 등은 『고총장의 부친 高亨坤(고형곤)교수는 김대통령의 서울대철학과 스승』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1시간여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뒤 인근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보고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고총장에 대한 총리직 요청사실은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것 같다』면서 『이제 김대통령이 과거 철통보안식의 인사스타일을 바꿔 여론향배로 사전검증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정치권의 색깔론, 가신정치 등을 주제로 계속 대화를 나눴으나 고총장은 묵묵히 듣기만 할 뿐 일절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 고총장은 또 『개각폭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거듭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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