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哲熙 기자」 14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동의원총회는 한마디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성토대회장이었다. 또 의원들의 발언은 지도부에 국회의사당농성 장외집회 등 강경투쟁을 주문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먼저 국민회의의 金大中(김대중)총재는 『어제까지 일말의 기대를 걸었는데 오늘 보니 여당이 막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결의는 확고히 하되 투쟁방법은 국민이 안심하고 따라올 수 있는 유연하고 건전한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경투쟁론에 제동을 걸었다. 이어 검은색 양복차림으로 등단한 자민련의 金鍾泌(김종필)총재는 『이나라 정치의 조종(弔鐘)을 울리지 않을 수 없어 당분간 이런 차림을 계속하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며 『날치기 법안을 원천무효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대결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 김총재의 인사말이 끝난 뒤 양당의원들은 이날부터 노동법이 무효화될 때까지 검은색 넥타이와 「근조(謹弔)」 리본을 달기로 즉석 결의했다.
이어 자유토론에서 의원들은 『청와대 터가 나빠서인지 들어가기만 하면 사람이 독재자로 변한다』(李錫玄·이석현·국민회의) 『김대통령은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李吉載·이길재·국민회의) 『어떻게 장로라는 사람이 남의 어항에 투망을 칠 수 있느냐』(李元範·이원범·자민련)는 등 김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쟁방안을 둘러싸고는 강온(强穩)기류가 엇갈렸다. 국민회의의 方鏞錫(방용석) 趙誠俊(조성준) 韓英愛(한영애)의원 등은 『전국적인 총파업을 목전에 둔 오늘과 내일이 중대한 시기다. 내일이면 실기(失機)한다』며 당장 국회농성에 돌입할 것을 주장했다. 반면 자민련의 具天書(구천서) 鄭宇澤(정우택)의원은 『인내심을 갖고 영수회담주장에 집중하면서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