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지키려 수술 미룬 40대, 5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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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 뇌혈관 질환 이하진씨
출산후 수술 받았지만 뇌사상태
좌우 신장-간-폐-심장 주고 눈감아

배 속 아이를 지키기 위해 뇌혈관질환 수술을 미뤘던 40대 여성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사 상태였던 이하진 씨(42·사진)가 좌우 콩팥과 간장, 폐장, 심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26일 밝혔다.

이 씨는 2020년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모야모야병은 내경동맥의 끝부분이 막히면서 연기 모양의 이상 혈관이 생기는 뇌혈관 질환으로 악화되면 뇌출혈과 뇌졸중 등으로 이어지며 사망할 수 있다. 의료진은 상태가 악화되자 수술을 권했지만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이 씨는 수술을 미뤘다.

이 씨는 둘째 딸의 첫돌이 지난 후인 지난해 12월에야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회복 과정에서 인플루엔자(독감)를 심하게 앓았고 지난달 17일 뇌출혈이 발생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남편 김동인 씨는 이 씨가 생전 장기기증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는 점을 떠올렸고 자녀들이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숭고한 결정으로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새 삶을 받은 5명의 수혜자도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임신중 뇌혈관 질환#이하진씨#새 생명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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