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이겨다오” 절벽 타는 아빠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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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희망 로프’
부모-자원봉사자 10명 래펠링 도전

5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빌딩에서 골육종을 앓는 아들을 둔 이성준 씨가 래펠링에 도전하고 있다. 난치병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이 행사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 주최했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5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빌딩에서 골육종을 앓는 아들을 둔 이성준 씨가 래펠링에 도전하고 있다. 난치병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이 행사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 주최했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거리의 사람들이 너무나도 작게 보였다. 의지하는 줄은 위태롭게만 느껴졌다. 손은 땀으로 가득 찼다. 아찔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이 도전이 아들 이동헌 군(16)에게 힘이 될 수만 있다면 괜찮았다.

이 군의 아빠 이성준 씨(47)는 높이 89m, 17층 옥상에서 그렇게 래펠링(rappelling·고정된 줄에 매달려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것)을 했다. 땅바닥까지 내려오는 데 5분이 걸렸다. 처음 한 걸음은 두려웠지만 태권도 사범인 이 씨는 곧 적응했다. 아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절로 환호성이 나왔다. 이 씨는 “우리 아들과 같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아찔했지만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군은 지난해 초 골육종(뼈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난치병) 진단을 받았다. 1년 동안 입원치료를 받고 지금은 통원치료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 3년은 더 병원을 오가야 한다. 병원 신세를 진 탓에 중학교 3학년을 한 해 더 다니게 됐다. 장래 희망이던 경찰은 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이 되려고 따놓은 태권도 4단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 이 씨는 주말이면 늘 아들 곁을 지켰다.

5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한 빌딩에서 열린 ‘희망을 위한 로프’ 행사는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 마련했다. 이 재단 캐나다 지부에서 2012년 시작한 래펠링 행사는 이날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열렸다.

이날 이 씨를 비롯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자원봉사자 10명이 줄에 몸을 맡겼다. 난치병 아이들 가족부터 난치병을 완치한 이들까지 기꺼이 참여했다.

격투기 단체 ‘로드FC’ 소속 김형수 씨(29)도 아이들을 위해 줄을 잡았다. 김 씨 역시 어린 시절 난치병인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았다. 지금은 완치됐다. 김 씨는 “경기장에 섰을 때보다 옥상에 오른 순간이 더 떨렸다.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촌동생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도전했다. “완치될 때까지 난치병 환자를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는 약속이었다. 일부 참가자는 슈퍼 히어로 복장을 하고 빌딩을 내려왔다.

재단 측은 내년에는 래펠링 참가자를 더 모으려고 한다. 더 많이 참가해야 난치병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는 생각에서다. 재단 관계자는 “12월 포털 사이트 등에서 난치병 환자를 위한 모금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희망 로프#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난치병 아이들을 위한 라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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