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중 해군 배려로 학업 지속… 이제야 은혜 갚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영배 교수, 장학금 5000만원 기부

김영배 동국대 명예교수(왼쪽)가 4일 김판규 해군참모차장에게 ‘바다사랑 해군 장학기금’ 5000만 원을 전달하고 있다. 해군 제공
김영배 동국대 명예교수(왼쪽)가 4일 김판규 해군참모차장에게 ‘바다사랑 해군 장학기금’ 5000만 원을 전달하고 있다. 해군 제공
“6·25전쟁이라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해군의 배려로 대학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해군에 입대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못 했을 겁니다.”

6·25전쟁 당시 해군에서 복무한 김영배 동국대 명예교수(86)가 해군 순직 장병의 자녀들을 위해 써달라며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에 장학금 5000만 원을 기부했다.

해군은 김판규 해군참모차장(중장) 주관으로 4일 오후 서울 해군호텔에서 ‘김영배 교수 바다사랑 해군 장학기금 전달식’ 행사를 열고 김 교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소규모 무역회사에서 일하며 가족 생계를 돕다 1949년 7월 신병 14기로 해군에 입대했다. 이후 해군본부 예하 해군군악학교에 입교해 복무하다 6·25가 발발하자 해군본부 함정국에서 행정업무를 하던 김 교수는 당시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란을 와 있던 동국대가 야간 과정을 개설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학에 가고 싶었던 김 교수가 전시였던 탓에 입학을 망설이자 당시 함정국장을 맡고 있던 고 권태춘 제독(당시 중령)은 등록금을 지원해주고 학업에 필요한 책을 구해다 주면서 그의 학업을 전폭 지원했다.

권 제독의 배려로 동국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김 교수는 1954년 9월 하사(당시 이등병조)로 전역한 뒤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고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면서 박사 학위까지 받아 대학교수로 임용됐다. 동국대 문리대학장을 지낸 김 교수는 ‘남북한 방언 연구’ 등에서 학문적 성과를 거둬 1997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이면 권 제독이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다는 김 교수는 “야간대학에 다니고 싶다고 하자 권 제독은 ‘잘 생각했다. 근무가 끝나면 헛되이 시간 보내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야 한다’고 격려해 주고 사비를 털어 대학 등록금을 몇 차례씩 내주셨다”며 권 제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해군이 베풀어준 은혜를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해 오다 해군에 입대한 지 68주년이 되는 이번 달에 장학금을 기탁하게 된 것”이라며 장학금 기탁 이유를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영배 교수 장학금 기부#해군#6·25전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