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분노 새기는 日 현실 담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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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 작품 ‘분노’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최근 일본 사회의 현실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혼자 안으로 품는 분노가 요즘 일본 사회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감정 아닐까 싶습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상일 감독(42)이 ‘분노’라는 영화를 들고 오랜만에 국내 관객을 찾았다.

 그는 일본 니가타 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로 2002년 ‘보더 라인’으로 데뷔했다. 그의 2006년 작품 ‘훌라걸스’는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등 5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이 감독은 2013년 ‘용서받지 못한 자’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적이 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사람은 왜 타인을 의심하거나 믿는가를 주제로 다뤘다”며 “영화를 통해 힘든 상황에 있을지라도 누군가를 믿는다는 걸 포기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분노’는 가까운 사람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릴 때 주변인들의 믿음이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지를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을 소재로 한 영화로 이번 영화제에선 동시대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화제작을 선보이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다. 일본의 국민배우로 불리는 와타나베 겐, 미야자키 아오이 등이 출연했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성매매까지 하는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 미군에게 몹쓸 짓을 당하는 소녀, 동성애자 등 대부분 어둡게 그려진다. 감독은 묵직한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마케팅 면에서는 신나는 ‘쾌(快)’의 영화를 선택하는 게 맞겠지만, 나처럼 영화를 보고 불편한 느낌을 남기는, 현실을 직시하는 ‘불쾌’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마음에 들 때까지 배우들에게 혹독하게 연기를 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함께 자리한 배우 와타나베는 “이 감독은 인간의 희로애락 같은 보편적인 부분을 파헤치는 영화를 만든다”며 “주변에선 가혹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배우가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해 열매를 많이 맺게 해 준다”라고 했다.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분노’를 시작으로 벤 영거 감독의 ‘블리드 포 디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은판 위의 여인’, 일본에서 1000만 관객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상영된다.
 
부산=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재일교포#이상일 감독#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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