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85세에 이룬 만학도의 꿈

  • 동아일보

신옥례 할머니 서울 진형중 졸업

주름도 많고 ‘뽀글뽀글 파마’ 머리의 학생이 16일 서울 종로구 진형중학교 졸업식에서 대표로 졸업장을 받았다. 주인공은 졸업생 386명 중 최고령인 신옥례 할머니(85·사진). 올해 고교를 졸업한 손녀보다도 많이 늦었다. 졸업식에는 신 할머니의 며느리와 딸, 손주들이 회사에 휴가를 내 가며 총출동했다. 신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2학년까지만 다녔다. 배우지 못한 한은 계속됐다. 하지만 딸 둘, 아들 둘을 키우고 손주 아홉 명을 얻을 때까지 배움의 시간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2007년 서울 마포구 양원주부학교 초교 교육과정에 들어갔다. 신 할머니처럼 늦게나마 배움의 의지를 불태우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로, 4년 만에 졸업할 수 있었다.

2011년 바로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남편의 병간호를 해야 했다. 하지만 남편은 2012년 말 세상을 떠났다. 집에서 슬퍼하기보다 공부를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신 할머니는 2014년 학력인정 평생교육기관(2년제)인 진형중에 진학했다. 집은 경기 동두천, 학교는 서울 종로. 그래도 신 할머니는 거의 학교를 빠진 적이 없다. 오히려 오후 1시 반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와서 동양화를 그리곤 했다. 교실 맨 앞자리는 늘 신 할머니 차지였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만학도#신옥례#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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