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좀비청년을 PC밖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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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학점 스트레스 현실서 해소”… ‘좀비런’ 게임 만든 원준호 대표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학원 내 사무실에서 함께한 소셜벤처 ‘커무브’의 원준호 대표(오른쪽)와 팀원들. 커무브는 이달 말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좀비런: 파놉티콘 에디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학원 내 사무실에서 함께한 소셜벤처 ‘커무브’의 원준호 대표(오른쪽)와 팀원들. 커무브는 이달 말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좀비런: 파놉티콘 에디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불 꺼진 놀이공원에 피범벅이 된 ‘좀비’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뒤쫓는다. 도망치는 사람들의 허리엔 비닐끈이 매달려 있다. 이른바 ‘생명줄’인 이 끈을 좀비에게 잡히지 않고 3km를 달리면 ‘성공’이다. 지난해 11월 1일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에서 열린 ‘좀비런’ 행사의 풍경이다. 이날 6000여 명의 참가자가 각각 좀비와 인간 역할을 하며 ‘오프라인 게임’을 벌였다. 올해는 27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이 같은 행사를 다시 열 예정이다.

행사를 기획한 건 원준호 씨(29)가 대표로 있는 소셜벤처 ‘커무브’다. 좀비런은 2013년 연세대 축제 때 처음 등장했다. 당시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준비된 1200장이 모두 매진됐다. 원 대표는 “사람들이 다쳐서 피가 나는데도 웃으면서 좋아하더라. 눈빛만 봐도 미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취업과 학점 경쟁에 찌든 청년들이 현실에서 벗어날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 성공 비법이라는 게 팀원들의 평가다.

원 대표의 개인적 경험도 계기가 됐다. 2011년 11월 원 대표는 2년간 하던 사업을 그만두고 PC방에서 게임만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점점 무기력해지는 자신이 “좀비처럼 느껴졌다”고 원 대표는 말한다. 주변에 비슷한 또래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침 2012년 10월 사법시험에 실패해 우울증에 걸린 선배와 매일 등산을 하며 힌트를 얻었다.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산에 오르며 성취감을 느낀 선배가 취업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야외활동이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원 대표는 말했다.

원 대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국만의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좀비런#게임#원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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