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화염 들이마셔… 반기문 총장의 기관지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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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가자서 회견하다 손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19일(현지 시간)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중동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급하게 몸을 실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희생자가 300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휴전 중재를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가자지구 사태는 반 총장에겐 오래된 숙제다. 그는 이 문제 때문에 지병(持病)인 기관지염까지 앓게 됐다고 19일 복수의 유엔 관계자가 전했다. 반 총장은 2009년 1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때 포격을 받은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본부 건물과 유엔 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현장은 화염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유엔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견 때 화학물질이 반 총장의 목으로 들어가 기관지가 크게 손상됐다”고 전했다. 꾸준한 치료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연설이나 회의 주재 등을 오래 하면 목소리가 가라앉아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5년이 지난 지금도 2주에 1회 정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도 주위에 “그때 이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나도 힘들었지만 내 말을 알아들어야 하는 직원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하곤 했다. 유엔에서는 2009년 반 총장의 가자지구 연설이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난제가 마침내 해결돼 그의 기관지염이 ‘영광의 상처’가 될 수 있을까.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반기문#유엔 사무총장#이스라엘#가자지구#기관지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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