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과도 北인권 얘기해봤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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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신동혁씨 “부시 前대통령이 北참상 널리 알려달라고 부탁”

탈북자 신동혁 씨(오른쪽)가 23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부시센터 앞 공원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왼쪽)과 산책하다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 씨는 이날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동혁 씨 제공
탈북자 신동혁 씨(오른쪽)가 23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부시센터 앞 공원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왼쪽)과 산책하다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 씨는 이날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동혁 씨 제공
“퇴임 후에도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는 미국 대통령이 부러웠다. 탈북자로서 한국 대통령과도 만나 북한 얘기를 해보는 것이 소원이다.”

23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던 북한 14호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32)는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 인권 참상을 널리 알리는 활동가로 살라’는 조언을 해줬다”며 이렇게 말했다. 텍사스 주 댈러스의 부시센터에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신 씨는 28일 워싱턴에서 동아일보와 단독으로 만나 면담 뒷얘기를 전했다.

신 씨는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미국에서 ‘14 수용소 탈출’이 출간된 덕분이었다”며 “책을 읽은 부시 전 대통령이 ‘가슴 아픈 스토리’라며 한 달 전에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난 집무실 테이블 위에는 북한 수용소에서 태어난 최초의 탈북자인 신 씨의 탈출기를 그린 이 책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신 씨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2004년 미국에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재임 기간의 가장 보람 있는 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인권법이 통과되기까지 반대도 많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더이상 눈감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인권법이 통과되도록 의회를 설득했다”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도 탈북자들을 백악관 등으로 불러 4차례나 만났다. 신 씨는 “부시 전 대통령이 탈북자들과 나눈 얘기들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부시 전 대통령이 나에게 던진 북한 관련 질문들은 거의 전문가 수준의 날카로운 질문이었다”고 전했다.

신 씨는 부시 전 대통령의 소박한 면모도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신 씨와 부시센터 앞 공원을 산책하면서 올 5월 건립된 부시도서관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신 씨가 “한국에 와서 프로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류현진 선수가 있는 LA 다저스 팬”이라고 하자 부시 전 대통령은 “나는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였다. 텍사스 팬이 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해 좌중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날 신 씨는 부시 전 대통령 면담 후 부시센터 관계자들과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연설을 했다. 이 연설은 영상물로 만들어져 부시센터 내 지구촌 자유 상징물을 전시하는 ‘자유관(Freedom Collection)’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자유관에는 북한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신 씨는 미국과 유럽에서 1년의 절반 이상을 보내며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엔 CNN, CBS, 파이낸셜타임스 등과 인터뷰했다. 신 씨는 “외국에 나오면 할 일이 많은데 한국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가 별로 주목받지 못해 (내가) 할 일이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에 설립된 북한인권정보 단체 ‘인사이드 NK(엔케이)’를 워싱턴에서 비정부기구(NGO)로 등록해 최근 허가를 받았다”며 “앞으로 미국에서 북한 인권 활동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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