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음악이란 걸 느껴봤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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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車-서강대 송은성씨 청각장애인 위한 ‘뮤직시트’ 개발

청각장애 2급인 방대한 군(오른쪽)이 9일 현대자동차 여의도지점에서 포즈를 취했다. 방 군이 앉아 있는 ‘쏘나타 터처블 뮤직시트’는 진동을 통해 청각장애인에게 음악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로 서강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송은성 씨(왼쪽)가 개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청각장애 2급인 방대한 군(오른쪽)이 9일 현대자동차 여의도지점에서 포즈를 취했다. 방 군이 앉아 있는 ‘쏘나타 터처블 뮤직시트’는 진동을 통해 청각장애인에게 음악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로 서강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송은성 씨(왼쪽)가 개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느껴지니? 이게 음악이야.”

아이는 기억이 남아 있는 어린 시절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다. ‘샤이니’와 ‘소녀시대’를 좋아하지만 그들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벙긋거리는 입 모양을 눈으로 열심히 좇을 뿐. 음악이란 도대체 뭘까.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가슴이 답답해지면 그저 구석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었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현대자동차 여의도지점에서 만난 방대한 군(14·서울삼성학교)은 옆머리를 길게 기른 모습이었다. 좋아한다던 케이크를 멀거니 바라보기만 할 뿐 좀처럼 손을 대지 않았다. “머리 모양이 멋지다”고 칭찬을 건네도 반응이 없었다. 정명기 삼성농아원 언어치료사가 대신 대답했다.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옆머리를 길러요. 보청기를 낀 귀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청각장애 2급인 방 군은 5년 전 구청의 지원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대뇌로 전달하는 장치를 귀에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소리는 잘 스며들지 않는다.

그러던 방 군은 올해 5월 처음으로 음악을 느꼈다. 난생처음 전달되는 감각에 발을 구르며 모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방 군의 이야기를 담은 현대차의 홍보 동영상 ‘4분 28초의 기적’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 4분 28초는 이 동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메이트의 ‘하늘을 날아’라는 곡의 길이다. 방 군은 동영상에 직접 출연했다. 누리꾼들은 동영상을 자신의 SNS로 옮겨 나르며 ‘감동적’이라는 댓글을 쏟아냈다.

방 군에게 처음 음악을 전해준 것은 자동차 시트를 청각장애인을 위한 일종의 스피커로 개조한 ‘쏘나타 터처블 뮤직시트’였다. 음악을 주파수별로 분리한 뒤 진동으로 몸에 전달한다. 등을 통해서는 저음이, 시트 위에 올린 양손을 통해서는 고음이 전해진다. 이 장치는 서강대 영상대학원 이상욱 교수 연구실에서 예술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송은성 씨(31)가 현대차와 함께 개발했다.

송 씨는 2007년부터 음악이나 미술을 청각과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바꿔 표현하는 연구를 하다가 청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청각장애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현대차 계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이 기업이미지 광고를 제작하면서 송 씨에게 연락을 했다. 뮤직시트는 방 군이 관람한 5월 현대차의 고객초청 콘서트에 처음 사용된 데 이어 전국 농아학교에 순차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가수 조용필은 개발 취지를 듣고 자신의 최신곡 ‘바운스’의 음원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방 군은 낯이 익은 송 씨를 만나자 얼굴이 풀어졌다. 그제야 입가에 크림을 묻혀가며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을 묻자 “그냥 좋았다”고 말한 뒤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귀가 들리지 않는 다른 친구들도 음악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이달 말까지 자사 페이스북에서 청각장애인에게 뮤직시트를 제공하는 데 공감하는 사용자들이 ‘선물하기’를 1000번 누를 때마다 뮤직시트 5개씩을 농아학교에 설치해줄 계획이다. 14일 오후 4시까지 참여자는 4만3600명을 넘어섰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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