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쯔이, 진짜 中쿵후 찍으려 2년간 수련” 왕자웨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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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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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장

1990년대 청춘들은 그에게 영혼을 저당 잡혔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장궈룽(張國榮)의 맘보춤이 아직도 생생한 ‘아비정전’(1990년),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분절적인 화면 미학을 선보인 ‘중경삼림’(1994년), 이뤄질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아련한 회한을 담은 ‘화양연화’(2000년)…. 왕자웨이(王家衛·55·사진) 감독은 청춘들의 감정 데시벨을 한없이 끌어올렸던 당대의 스타일리스트였다.

제63회 베를린 영화제(7∼17일) 개막작인 ‘일대종사’는 왕 감독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2008년)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영화는 전설적인 액션 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의 스승으로 전설적 무술인 영춘권을 부활시킨 예원(葉問)의 일대기를 담았다. 량차오웨이(梁朝偉)가 예원으로, 장쯔이(章子怡)가 그 스승의 딸로 나온다. 송혜교는 예원의 아내 역이다.

예원의 실제 삶은 최근에도 쿵후 고수인 전쯔단(甄子丹) 주연의 영화 ‘엽문’(2008년)으로 인기를 모았다. 13일 오후(현지 시간)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만난 왕 감독은 “이 영화는 단순히 쿵후 영화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예원의 생애를 보면 청나라부터 국공내전과 영국 식민지(홍콩) 시절을 겪었습니다. 현대사의 격변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길을 고집하며 살았죠. 그가 보여준 신념, 인내심, 관용을 세계의 관객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일대종사’는 4년이 넘는 오랜 제작 기간으로 화제가 됐다. 제작진은 쿵후와 예원에 대한 자료 조사에 2년을 쏟았다. 중국 전역의 쿵후 명인들을 만났고, 촬영에만 3년이 걸렸다.

“량차오웨이는 4년 동안 쿵후를 훈련했어요. 장쯔이도 2년 넘게 땀을 흘렸죠. 장쯔이가 한동안 하루 10시간 넘게 연습을 했는데, 남자친구와 헤어졌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했어요.” 한때 유튜브에서는 장쯔이의 쿵후 연습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주목을 끌었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듯한 화면은 그의 전작들처럼 화려하면서도 시적이다. 빗속에서 예원이 결투를 벌이는 첫 장면은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의 빗속 대결만큼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3무(無)의 작품이죠. 스턴트맨, 와이어액션, 컴퓨터그래픽(CG)이 없어요. 99% 핸드 메이드 리얼 무비입니다. 중국 무술은 진짜죠. 우리가 스턴트맨과 와이어를 쓴다면 그건 단지 쿵후 영화입니다. 모든 게 진짜로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왕 감독은 제63회 베를린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다. 2006년에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도 맡았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홍상수 감독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더니 말을 아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감독이죠. 전작을 몇 편 봤는데 대단한 개성을 가졌더군요.” 홍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수상자 발표 전날인 15일 공식 상영한다.

베를린=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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