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당으로… 김덕수 사물놀이 천지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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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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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앞쪽)가 20일 서울 금천구 국립전통예술고 대강당에서 월산가를 연습하는 고교생들에게 ‘더 신명나게 놀아라’라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앞쪽)가 20일 서울 금천구 국립전통예술고 대강당에서 월산가를 연습하는 고교생들에게 ‘더 신명나게 놀아라’라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더 신나게 놀아줘야지. 질펀하고 신명나게 놀아보자는 건데. 율동하고 어깨 신명이 저절로 나도록 해줘야지.”

20일 오후 2시 서울 금천구 전통예술고 대강당. 학생들의 월산가 연주를 듣던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61)가 호통쳤다.

이날 연습은 김 교수가 13일부터 전통예술고 학생 50명과 진행한 수업으로 열흘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무대에서 움직이는 동선을 연습하고 밤에는 개인별로 연습하도록 짜였다.

김 교수는 1978년 전통 풍물놀이를 재해석해 사물놀이로 탄생시키고 세계에 알려 한국의 전통예술인으로 유명해졌다. 그런 그가 스스로도 “열심히 따라와 주는 아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빡빡하게 일정을 짜놓고 대학생도 아닌 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이 수업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협력해 전통과 현대가 결합한 전통음악 프로그램을 초중고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국학생 사물고적대 모델 개발 및 지도연구 사업’은 전통 악기와 음악을 활용하는 현대적인 학생 밴드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날 학생들은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사물’과 태평소 소고 피리를 들고 강당을 돌면서 연습했다. 얼핏 보기에는 기존의 전통공연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큰 변화를 예고하는 공연이라고 풀이했다. 앉은 채로 무대공연을 펼치던 사물놀이를 다시 마당으로 끌어낸 것이고 원래는 함께 어울려서 공연하지 않던 악기들도 모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큰 무대를 휘젓던 ‘쟁이’들이 공연할 ‘마당’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든 우리 풍물의 ‘무대 버전’이 사물놀이였다”라며 “이제 시대가 바뀐 만큼 더 늦기 전에 커다란 마당에서 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 놓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요즘 학생들은 소리뿐만 아니라 몸으로 함께 표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3월 말 예정된 첫 공연에서는 기존의 전통공연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줄 계획이다. 의상과 악기를 개량하면 서양식 공연의상과 벨트로 동여매는 장구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공연 중간에 비보이 공연을 넣는 것도 가능하고 서양의 브라스밴드와 함께 공연할 수도 있다.

올해 미국 대학에서 공연할 계획도 벌써 세워 뒀다. 교과부는 이렇게 마련한 프로그램을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보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환갑을 맞았다. 다섯 살 때부터 학교가 아니라 남사당패에서 악기를 배운 지 55년이 지난 것이다. 마당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고교생을 가르치는 교실로 돌아온 것에 대해 김 교수 스스로는 당연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즐겼던 공연을 지금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복원해서 학생들이 신명나게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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