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괴롭힌 피고인, 폭력 반성문 쓰세요”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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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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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장원中서 학교폭력 근절 모의 청소년참여법정

16일 서울 중구 신당동 장원중학교에서 열린 모의 청소년참여법정에서 학생들이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자리에는 양승태 대법원장도 참석해 학생들의 변론을 경청했다.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6일 서울 중구 신당동 장원중학교에서 열린 모의 청소년참여법정에서 학생들이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자리에는 양승태 대법원장도 참석해 학생들의 변론을 경청했다.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사거리에서 빨간불이 켜지면 멈춰야겠지요. 그게 법질서입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차가 뒤엉켜 그 누구도 갈 수 없게 됩니다.”

16일 낮 12시 서울 중구 신당동 장원중학교 신관 2층 무용실.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이 법복을 입은 이가영 양(15)을 비롯한 이 학교 학생 30여 명 앞에서 모의 청소년참여법정을 본 소감을 이야기했다. 하얀 교복을 입고 참여인단과 방청객으로 참석한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행사는 서울가정법원(법원장 김용헌)이 ‘제1회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마련한 모의청소년참여법정’이었다. 청소년참여법정은 비행을 저지른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년보호재판에 ‘청소년 참여인단’이 배심원처럼 참여하는 제도다. 형사재판에서 배심원이 평결을 내리는 ‘국민참여재판’과 비슷한 구조다. 이들은 사건을 심리한 후 비행청소년에게 봉사활동 하기, 안전운전 강의 듣기, 금연클리닉 참여하기,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 받기 등의 부과 과제를 주는 역할을 한다. 성실히 이행하면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마치는 ‘심리불개시 결정’이 내려진다.

양승태 대법원장
양승태 대법원장
이날 행사는 이 과정을 학생들이 가상의 학교폭력 사례를 만들어 진행했다. 이날 참여인단은 비행을 저지른 친구에게 학교폭력 관련 연극 관람, 학교폭력 관련 독후감 쓰기 등을 부과 과제로 선정했다.

모의법정이 끝난 후 양 대법원장은 학생들에게 “나 자신만 법을 잘 지켜서는 법질서를 지킬 수 없다”며 “법질서를 해치려는 시도에 단호히 대응해 사회를 방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런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사법제도와 재판절차”라며 “총을 쏘는 법을 배워야 총을 다룰 수 있듯 재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알아야 무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오늘 여러분이 재판 과정을 체험해본 것은 이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장원중학교#학교폭력#청소년참여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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