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3번째 생이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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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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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재혼… 북송 이별… 재탈북… 부부 한국행… 또…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 배려로 남편 강제출국 아찔한 위기 넘겨

3일 오전 탈북자 최숙경(가명·가운데) 씨가 김원숙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장(오른쪽)을 찾아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 제공
3일 오전 탈북자 최숙경(가명·가운데) 씨가 김원숙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장(오른쪽)을 찾아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 제공
함경북도 출신 최숙경(가명·47·여) 씨는 1997년 굶주림에 지쳐 탈북했다. 이후 중국 지린 성의 한 도시 인근에서 농사를 지었다. 남편을 여읜 그녀는 돈을 모아 북한에 살고 있는 아들(21)과 어머니에게 생활비로 건넸다.

최 씨는 2006년 동네 주민의 소개로 조선족 이철수(가명·48) 씨를 만났다. 그녀는 이 씨가 첫눈에 마음에 든 데다 양 집안이 알고 있어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2007년 첫 번째 불행이 닥쳐왔다. 누군가가 최 씨가 탈북자라고 중국 공안에 신고한 것이다.

최 씨가 강제 북송된 것을 뒤늦게 안 남편 이 씨는 북한으로 들어갔다. 이 씨는 북한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관리들에게 뇌물을 건넸다. 그 덕에 부인 최 씨는 교화소에서 복역을 하는 대신 노동단련대에서 6개월간 노동했다.

이 부부는 2008년 함께 탈북했지만 2009년 4월 누군가의 신고로 또다시 북송 위기에 처했다. 최 씨 부부는 불안한 중국생활을 접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최 씨의 시아버지(2011년 작고)는 ‘며느리와 손자가 안전한 생활을 해야 한다’며 한국행을 간절히 바랐다. 최 씨 모자는 2009년 4월경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했다. 남편 이 씨는 해외동포비자(H2)로 입국했다. 이 부부는 입국 뒤 혼인신고를 하고 광주에 정착했다. 최 씨는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이고 아들은 늦깎이 고교 3학년 수험생이다. 남편 이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지난달 최 씨 가정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남편 이 씨의 해외동포비자 기한이 끝나는 데다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결혼비자(F6) 발급이 힘든 상황이 됐다. 남편 이 씨의 강제출국 위기를 알게 된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달 7일부터 3차례 조사를 벌여 최 씨 부부가 금실이 좋은 진짜 부부라는 것을 확인했다.

최 씨 등은 3일 김원숙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찾아 감사를 표했다. 김 소장은 “험난했던 인생 여정을 알고 세 번째 생이별을 막기 위해 작은 배려 차원에서 실태 조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6일 남편 이 씨의 결혼비자 발급을 승인했다.

최 씨는 “강제북송과 탈북, 중국 생활에서 너무 많은 아픔을 겪었다”며 “남편과의 세 번째 생이별이 없도록 배려해준 사람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또 “북한 공무원과 남한 공무원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라 놀랐다”고도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탈북자#강제북송#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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