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하타 日관광청 장관 “의리-情이 흐르는 ‘관광한국’에 日 한수 배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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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로 임기 끝나는 미조하타 日관광청 장관

미조하타 히로시 일본 관광청 장관이 28일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왼쪽 테이블 위에 배용준과 찍은 사진을 전시해 놓은 그는 “궁극적인 관광은 사람과 사람의 교류”라고 강조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미조하타 히로시 일본 관광청 장관이 28일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왼쪽 테이블 위에 배용준과 찍은 사진을 전시해 놓은 그는 “궁극적인 관광은 사람과 사람의 교류”라고 강조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세계시장으로 뛰쳐나간 한국, 의리와 인정이 있는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서울 한복판에서 일본 방문을 호소하며 한국어로 애국가를 불러 화제를 모았던 미조하타 히로시(溝畑宏·52) 일본 관광청 장관을 28일 도쿄(東京) 장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그는 지금까지 79차례나 한국을 방문해 누구보다 양국 관광 산업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관광 매력도부터 물었다. 그는 식문화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김치찌개를 먹으면 감기가 낫고, 마늘을 먹으면 혈액순환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요리가 건강에 제일 좋다”며 “일본인 피 안에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식문화에 이어 그는 △때밀이, 마사지 등 헬스여행 △쇼핑 △활기차고 안전한 밤 문화를 한국의 관광 매력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는 궁극적인 관광은 사람과 사람의 교류라고 강조했다. 버스 타고 돌아다니며 보고 먹는 관광은 초보 단계일 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나라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관광이라는 것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자신이 애국가를 열심히 외운 것도 교류를 위해서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1993년 오이타(大分) 현 재정과장이던 시절, 그는 고 문정식 감독을 창단감독으로 한 프로축구팀 오이타 트리니타 창단에 깊숙이 관여했다. 당시 선수로 뛰던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는 형제와 같은 사이라며 기자 앞에서 전화를 걸어 바꿔주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은 의리와 인정이 있어 한 번 사귀면 내가 잘나가든, 못 나가든 변함이 없다”며 “일본인이 배워야 하는 덕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양국 정부의 관광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자 미조하타 장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맞고도 주눅 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비자 요건 완화 등 정부의 대응도 정말 스피드가 있다. 반면 인구가 1억2000만 명이나 되는 일본은 수학여행이나 단체여행 등 내수만으로도 관광산업이 돌아가자 안에만 틀어박혔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정부와 지방의 재정도 어려워지면서 내수가 급감했고 관광산업도 어려워졌다.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관광시장이 커지자 뒤늦게 방향 전환을 했지만 관광청이 국토교통성의 일개 관광부에서 독립한 것도 겨우 4년 전의 일이다.”

미조하타 장관이 한국 예찬론으로 일관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한국은 서울 부산 경주 대구 등의 지역엔 관광 콘텐츠와 호텔 등 기본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만 다른 지역은 여전히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모두 미래 성장산업으로서 관광에 대한 인식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중국만 하더라도 1인당 소득 3만5000달러 이상 인구가 2010년 3800만 명에서 2020년에는 1억8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등 아시아 전체 관광산업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특히 경제적인 효과만 있는 게 아니라, 소외되고 고립돼 가는 지방이 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활기와 건강을 되찾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일 양국이 공조할 수 있는 방안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미조하타 장관은 기자 앞에서 힘찬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애국가를 열창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한국인에 대한 그의 우정의 표현법이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미조하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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