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이디’로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뤼크 베송 감독 “시나리오 읽고 눈물… 2년 준비한 작품까지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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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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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여사 그린 ‘더 레이디’

영화 ‘더 레이디’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프랑스의 뤼크 베송 감독. 옆에는 주인공 아웅산 수치 여사 역을 맡은 중화권 배우 양쯔충. CJE&M 제공
영화 ‘더 레이디’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프랑스의 뤼크 베송 감독. 옆에는 주인공 아웅산 수치 여사 역을 맡은 중화권 배우 양쯔충. CJE&M 제공
‘레옹’ ‘니키타’ ‘제5원소’ 등 세계적 히트작을 연출한 프랑스의 뤼크 베송 감독(52)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미얀마(버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삶을 그린 신작 ‘더 레이디’(내년 상반기 국내 개봉)가 상영되기 때문이다. 수치 여사 역은 ‘예스마담’ 시리즈와 ‘와호장룡’으로 친숙한 말레이시아 출신의 중국권 배우 양쯔충(楊紫瓊)이 맡았다.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만난 베송 감독에게 이번 영화는 상업성이 뛰어난 전작과 다르다고 말을 건넸다.

“항상 새로운 걸 발견하고 묘사하기를 좋아합니다. 저를 액션, 공상과학(SF) 영화감독이라고 말하는데 아닙니다. ‘그랑블루’는 독특한 바다의 세계를 담은 영화고, ‘레옹’은 러브스토리예요. 저는 인물의 감정 묘사를 즐깁니다.”

그에게 ‘더 레이디’ 시나리오를 건네며 영화 제작을 제안한 사람이 바로 양쯔충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수치 여사의 삶에 감동해 울었어요. 앞서 준비하던 2년간의 작품 일정을 다 취소하고 이 영화에 매달렸죠.”

영화는 가택연금 때문에 영국인 남편과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수치 여사가 조국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조국 민주화에 헌신하는 과정을 그렸다. “미얀마에서는 촬영을 할 수 없어 인접국인 태국에서 비밀리에 10개월간 찍었어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현존 인물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역사적 사실에 충실했습니다.”

극중 양쯔충은 수치 여사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수치 여사의 비디오와 사진을 보며 말하는 습관과 몸의 움직임을 연구했단다. “양쯔충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배역일 겁니다. ‘강철 난초’가 별명인 수치 여사의 강하고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잘 표현했어요.”

인터뷰 말미에 베송 감독은 미얀마의 정치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곳에는 2000명이 넘는 정치범이 수용돼 있어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군사정부를 비판한 개그맨이 65년형을 받기도 했어요.” 그는 “이라크전 즈음 ‘어느 나라’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허위 정보를 흘렸는데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쓴 것에 실망했다”며 “미얀마 정부의 허위 선전 정보도 각국 언론이 제대로 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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