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석 캡틴, 어서 일어나이소” “그래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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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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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교란 삼총사’ 석해균 김두찬 정상현씨 손 맞잡아

7일 오후 삼호주얼리호 김두찬 갑판장(가운데)과 정상현 조리장(왼쪽)이 아주대병원을 찾아 석해균 선장을 만났다. 세 사람은 피랍과정에서 해적들을 방해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섰던 ‘마도로스 트리오’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7일 오후 삼호주얼리호 김두찬 갑판장(가운데)과 정상현 조리장(왼쪽)이 아주대병원을 찾아 석해균 선장을 만났다. 세 사람은 피랍과정에서 해적들을 방해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섰던 ‘마도로스 트리오’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7일 오후 1시 반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 입원 중인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의 병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석 선장과 함께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김두찬 갑판장(61)과 정상현 조리장(57). 삼호주얼리호 피랍 때 해적들을 교란시킨 ‘쪽지 작전’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당시 김 갑판장과 정 조리장은 해적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배에 불을 지르거나 엔진을 고장내라’고 적힌 석 선장의 쪽지를 다른 선원들에게 전달했다. 이 때문에 세 사람은 구출 직후 ‘마도로스 트리오’로 불렸다.

세 사람의 만남은 2월 7일 다른 선원들과 함께 병문안을 온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석 선장이 의식불명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상 1월 21일 ‘아덴 만 여명작전’ 이후 첫 만남인 셈이다. 말끔한 양복을 입고 한 손에 음료 상자를 든 두 사람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병실에 들어섰다. 두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선장님”을 외쳤고 석 선장은 환한 웃음으로 이들을 맞았다.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손을 마주잡았다. “몸은 어떠십니까. 손은 움직일 수 있어요?” 두 선원이 먼저 상태를 묻자 석 선장은 “다 괜찮다. 너희들은 어때. 다 괜찮은 건가?”라며 오히려 안부를 물었다. 김 갑판장은 “아직 완전치 않지만 그래도 선장님 덕분에 살았다”며 “선장님이 아직 병원에 누워 있으니 죄송할 따름”이라며 미안해했다.

정 조리장도 “우리가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이렇게 된 것 같다”며 “그동안 전화도 하고 싶고 병문안도 오고 싶었는데 죄송스러운 마음에 하질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 갑판장은 “우리가 믿고 따르는 지휘자가 있었기에 모두 무사한 것”이라며 “캡틴 혼자 이렇게 누워있으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한동안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던 두 사람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석 선장은 “너희들 덕분에 다 살아난 것이다. 그러면 됐다”며 이들을 위로했다.

이내 마음을 추스른 김 갑판장은 “자갈치시장에 가서 회를 사오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못 사왔다”며 “빨리 부산에 오시면 사드리겠다”고 말했다. 석 선장은 “빨리 치료 마치고 부산 가서 만나자”며 활짝 웃었다. 세 사람은 이어 피랍 과정 당시의 얘기를 나누며 긴박했던 상황을 돌아보기도 했다. 김 갑판장과 정 조리장은 약 2시간 동안 얘기를 나눈 뒤 이날 오후 부산으로 돌아갔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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