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인공위성 사진을 보세요. 북한이 암흑인 반면 남한은 밝게 빛나고 있죠.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북한 지도자는 자유로운 사회를 원치 않아요. 하지만 저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자유로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예전에는 자유로워질 거라 생각지 못했던 나라가 자유를 되찾고 있지 않습니까.”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65)이 자서전 ‘결정의 순간들(Decision Points)’ 한국어판 발간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클럽에서 열린 만찬에는 정치 경제 언론계 인사 180여 명이 참석했다. 자서전의 한국어판 발간을 부시 전 대통령에게 제안했던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어제 한국어판 책을 건네주니 부시 전 대통령이 ‘혹시 북한 김정일에게 한 권 보낼 수 없느냐’고 물었다”며 “보내고는 싶은데 주소를 몰라 보내지 못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은 고 류찬우 풍산그룹 선대 회장 때부터 부시 부자와 친분을 이어가고 있는 류 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느냐’는 만찬 참석자의 질문에 2008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의 혁명광장에서 루마니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환영하며 연설했던 때를 상기하면서 “과거 독재자가 섰던 곳에서 연설을 하니 잿빛 하늘에서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한반도에 무지개가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발간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수년간 교회에서 주차봉사를 했던 이 대통령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혼란 속에서 안정된 리더십을 펼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표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재임 당시 세 명의 한국 대통령과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존경스러운 분”이라며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정상들에게 전통 한복을 입혔는데 날씨가 추웠던 터라 모두가 풍선처럼 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지만 세 대통령과 모든 문제에 합의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으로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꼽았다. 또 자유라는 가치를 위해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재임 기간 가장 어려웠던 결정을 묻는 질문에 ‘미군의 이라크 및 아프간 파병 결정’이라고 답하며 “슬픔과 부상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책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 내가 내렸던 모든 결정은 역사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커튼이 내려가고 있다”는 그는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때가 왔지만 다시 한 번 무대에 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것은 책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라며 유머를 잃지 않았다.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부시 전 대통령은 29일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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