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동아방송(DBS)에서 당시 보내온 편지입니다. 신군부의 신문방송 통폐합으로 이미 합격한 저를 신규 채용할 수 없게 됐다는….”
8일 오후 8시 대전 중구 대흥동 대전프랑스문화원 분원. ‘방송의 날 기념, 김점석의 방송자료 소장전’을 연 대전KBS 김점석 경제팀장(55)은 액자에 넣어 벽에 내건 편지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면서 “지금이라도 신군부에 소송을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편지 발송일은 1980년 11월 18일. 그는 30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빛바랜 편지에는 ‘신문 방송 기관이 통폐합돼 본사는 부득이 신규 채용을 할 수 없게 됐으니 널리 양해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상황을 빨리 전해야 했기 때문인지 노란 편지봉투에는 120원어치 우표가 붙어있고 ‘속달’ 도장이 찍혀 있었다.
전시장에는 ‘동아방송 주간기본편성표’와 동아방송 아나운서팀이 펴낸 ‘오시반(五時半)의 데이트’라는 책도 있었다. 이 책에는 이 방송에 소개됐던 명사들의 주옥같은 글들이 실려 있다. 시인 김남조 선생의 ‘어쩌면 당신께서도 이 시간에’,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의 ‘대화가 오고 갈 먼 훗날에도’,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당신은 윤기 있는 마음이외다’ 등.
김 팀장은 특유의 열정으로 수십 년 동안 전국을 돌며 수백 점의 방송자료를 수집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 가운데 일부인 수십 점만 전시했다. TV 방송 시작 전인 1955년 국내 최초의 TV 홍보 리플릿, 경성방송국이 폭격으로 사라지기 전의 모습, 북한 중앙방송위원회가 제작한 1950년대 조선레코드, 1960년대 금성사(현 LG전자)가 만든 각종 라디오와 TV, ‘여로’ 등 1960, 70년대 드라마…. 별표전축에 올려진 레코드판에서 장소팔 고춘자의 만담이 나오자 관람객들은 눈을 감고 추억에 잠겼다. 김 팀장은 “방송쟁이로서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수집을 시작한 것이 자료 홈페이지(www.coreapress.com)까지 갖게 됐다”며 “전시회가 기억에 남는 시간여행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20일까지. 042-253-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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