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수호” 美 첫 네쌍둥이 6·25 함께 참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7일 03시 00분


‘형제 복무 금지’ 규정에도
美국방부 특별허가 받아

7개월간 탱크부대에 배치
큰 부상없이 다함께 귀국

美국립문서보관소 자료 공개

미국에서 태어난 첫 남자 네 쌍둥이가 함께 6·25전쟁에 참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페리코네 집안의 칼, 앤서니, 도널드, 버나드 네 쌍둥이로 이들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7개월 동안 같은 탱크부대에서 복무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미국국립문서보관소(NARA)가 15일(현지 시간) 공개한 동영상자료와 6·25전쟁 당시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미 국방부의 ‘형제를 같은 부대에 배치할 수 없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같은 탱크부대에서 전투했다.

네 쌍둥이가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6·25전쟁에서 같은 부대에 소속돼 전쟁을 치르게 된 것은 맏형인 칼 페리코네에게 6·25전쟁에 참전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게 계기가 됐다. 맏형이 참전 명령통지서를 받자 나머지 세 동생도 동참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 미 국방부에서는 “형제를 같은 부대에 배치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이들이 한꺼번에 6·25전쟁에 참전하기는 불가능했다.

형제가 같은 부대에서 복무하지 못하도록 한 미 국방부의 조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년 11월 미 순양함 ‘주노’가 독일 잠수함에 격침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함정에 타고 있던 설리번 형제 5명이 모두 사망하는 바람에 이후 형제가 같은 부대에 복무하지 못하도록 못 박아놓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첫 남자 네 쌍둥이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던 페리코네가의 네 쌍둥이는 6·25전쟁에 같이 참전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여론에 호소했다. 이들의 사연을 들은 당시 텍사스 출신 상원의원이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주선해 국방부의 특별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이들은 이후 6·25전쟁에서 같은 탱크부대에 배치돼 7개월 동안 참전했고 아무도 큰 부상 없이 귀국할 수 있었다.

당시 찍은 동영상 화면에는 네 쌍둥이가 군 복무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동영상 내레이터는 네 쌍둥이의 영문 처음 글자를 본떠 “‘ABCD 부대’가 귀국했다”고 말했다. A는 앤서니, B는 버나드, C는 칼, D는 도널드를 뜻한다.

이들 네 쌍둥이가 태어날 당시 집에는 이미 형이 5명이나 있었다. 네 쌍둥이가 한꺼번에 태어나면서 페리코네 부부는 야구팀을 꾸릴 수 있는 아들을 한꺼번에 얻게 된 것이다. 네 쌍둥이 가운데 막내 버나드는 1990년 7월 심장마비로 60세를 일기로 사망했지만 나머지 쌍둥이 형제는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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