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시’ 칸의 가슴을 강타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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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시사회… 2000 관객 5분여 동안 기립박수“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 외신 반응도 뜨거워


19일 오후 7시(현지 시간) 제63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전용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경쟁부문 진출작인 한국영화 ‘시’의 공식 갈라 시사회가 열렸다. 흐르는 강물을 비추는 마지막 장면 위로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자 20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5분여 동안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영화 관계자 및 외신의 호평과 더불어 나흘 뒤 폐막식을 겸해 열리는 시상식에서 ‘시’가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강력한 후보임을 알리는 갈채였다.

무대에 오른 이창동 감독과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주연배우 윤정희 씨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객석의 열광에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공식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미국의 팀 버튼 감독이 참석했다. 2004년 공식 갈라 시사회에 당시 쿠엔틴 타란티노 심사위원장이 참석했던 ‘올드 보이’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던 전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열린 공식 기자시사회에서도 상영 직후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윤정희 씨는 ‘만무방’ 이후 16년 동안 작품활동이 없었던 이유를 외신기자가 묻자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영화를 떠난 적이 없었다”며 “좋은 시나리오를 만날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답했다. “노출과 정사 신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영화배우란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며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세월의 흐름에 맞게 주어지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외신 반응은 대부분 호의적이다. AFP통신은 ‘죄와 시를 섞은 한국산 폭탄주가 칸의 가슴을 강타했다’는 제목의 리뷰에서 “청소년 성범죄와 시라는 이질적 소재를 절묘하게 배합해 한국영화의 첫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을 확인시켰다”고 평했다.

칸 영화제 사무국의 크리스티앙 장 디렉터는 19일 기자와 만난 사석에서 “영화 ‘시’를 처음 본 것이 오래전 일인데 아직 그 영화의 정취와 감동이 내 몸에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칸을 찾은 모든 이가 반드시 봐야 할 영화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영화전문지인 ‘할리우드 리포터’도 “이창동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준 영화 가운데 최고”라고 썼다. 영국 잡지 ‘스크린’은 “영화의 메시지를 관객이 전달받는 데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평가를 아꼈다. 하지만 이 잡지가 매일 집계하는 심사위원 평점에서 ‘시’는 2.7점으로 20일 오전까지 평점이 집계된 공식 경쟁부문 진출작 13편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칸 영화제 시상식은 폐막식 날인 23일 오후 8시 45분 열린다.

영화 ‘시’는 시 쓰기를 배우며 일상의 아름다움에 눈떠 가던 주인공 미자(윤정희)가 손자가 지은 죄를 통해 삶의 잔인함을 함께 겪는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칸=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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